‘우리집’의 고군분투 촬영현장의 뒷 이야기들
안녕하세요. 영화를 만드는 윤가은입니다.
2019년 8월 22일 개봉하는 영화 <우리집>의 제작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3화에서는 <우리집> 촬영 현장의 뒷 이야기들을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영화를 보신 후 (혹시 모를 스포를 위해?) 이 제작기를 읽으시면 좀 더 재미있을 지도 몰라요!
그럼 부디, 즐거운 감상이 되시길 바랍니다-!
1. 우리 영화....... 정말 들어갈 수 있을까?
고백하자면, 촬영을 준비하는 내내 걱정이 정말 많았다. 장장 5개월의 프리 기간 동안 예상치 못한 별별 문제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빵빵 터졌기 때문이다. 리허설 초반 나연이가 학교에서 넘어져 무릎이 와장창 깨져서 왔던 일, 몇몇 제작진의 합류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져 노심초사 기다렸던 일, 촬영이 가까워오는데 유진역에 맞는 배우를 찾을 수 없어 지인의 자녀들까지 소개받고 다녔던 일, 하나집과 유미집을 찾아 밤마다 온갖 부동산 어플을 전전하며 집을 구하고 다녔던 일, 그렇게 촬영 직전까지 주요 공간들을 상상하며 콘티를 짜야했던 일 등등......
+ 영화사 아토의 사무실. 며칠째 씬바이씬 회의 중인 우리팀의 브레인 연출부 친구들(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황슬기, 이유진, 김준희, 이승욱)과 (오른쪽 구석의) 김지현 촬영감독님. 강행군으로 이어지는 회의 속에서도 늘 환하게 웃으며 화이팅을 외쳤던, 너무나 똑똑하고 성실한..... 잠깐. 다시 보니.... 모두 이를 악물고 있는데...? .....응? 지금이 사진 찍을 때냐고? ㅠㅠ
그 와중에 개인적으로도 수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났다. 3년 넘게 오손도손 잘 지내온 집주인 할머니가 무슨 영문인지 마음이 상해 나를 쫓아내려했고, 평생 튼튼한 다리가 유일한 자랑이었는데 갑자기 아킬레스건에 문제가 생겨 걷는 것도 힘들어지는가 하면, 촬영을 몇 주 안남긴 상황에선 예상치 못하게 집안에 상을 치룰 일까지 생겼다. 그 쯤 되니, 우리 영화가 정말 들어 가긴 하는 건지, 혹시 찍지 말라고 신호를 주는 건 아닌지, 나까지 의심이 들어 마음을 다스리느라 애를 먹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모든 일들이 스르르 해결 되었다. 뒤늦게 합류한 스탭들은 쌓아온 포텐을 마구 터뜨리며 힘차게 달려줬고, 나연이의 무릎 상처는 한창 때의 어린이답게 빠르게 회복되었으며(그런데 촬영장에서 또 다쳤다!), 촬영 한달 전 기적적으로 유진 역의 주예림 배우를 만나는가 하면, 이럴려고 그 고생을 했나 싶을 정도의 좋은 로케이션들이 구해지고 콘티 수정도 무리없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어쨌든 나도 다시 잘 걸을 수 있게 되었고, 집주인과도 오해를 풀고 화해 했으며, 내 첫 영화를 무척 좋아해주셨던 둘째 고모도 하늘나라로 잘 보내드렸다. 그러자 어느새 크랭크인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 시나리오에 꼭 맞는 바다를 찾기 위해 연출제작부 친구들이 전국의 모든 해안선을 집요하게 훑으며 찾아다녔다. 그런데 여기다! 싶으면 근처에 비행장이 있어 소음이 심하고, 저기다! 싶으면 조수간만의 차 때문에 촬영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속속 발생했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원하는 바다를 찾아냈고, 촬감님과 나는 기쁨에 사로잡혀 춤을 추는(?) 게 아니라 클라이막스 장면을 실현해보았다.....??? 왜……???
촬영이 코앞으로 다가오니 오히려 안심이 됐다. 프리 내내 할 수 있는 모든 액땜을 다 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고 힘도 좀 났다. 사실 모든 프러덕션이 이런저런 말 못할 고충을 겪게 되는데, 결국 우리도 그런 과정을 통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렇게 훌륭하고 좋은 사람들이 다시 모여 한 마음으로 달리고 있으니, 현장은 수월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정말 나만 잘하면 된다고, 더 이상은, 정말로,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믿었다. 믿고 싶었다. 크랭크인을 하기 전까지는......
2.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이렇게 더워도 되는 거야?
+ 가장 더웠던 날, 유미네 옥탑마당. 모자와 썬그라스와 팔토시와 넥스카프로 무장한 스탭들. 맑은 하늘에 햇빛이 쏟아지는 날 찍어야 했던 장면이라 결국 모두가 무더위 속에서 벌겋게 익어갔다. 제작부원들은 어린 배우들을 위해 촬영 직전까지 쫓아다니며 햇빛을 가리는 장우산을 씌워주었다. 그리고 이 날 찍은 김치볶음밥 씬은 막판 편집에서 삭제되었다. (그냥 날 죽여)
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2018년 여름은 정말 더웠다. 더워도 너무 더웠다. 1907년 이후 111년만에 닥친 폭염이라고 했다. 여름을 제일 좋아하고, 그래서 주로 여름에 영화를 찍고, 심지어 더위를 즐기기까지 하는 나조차 진짜 더워서 죽는 줄 알았다. 내가 이 정도니 다른 사람들은 오죽했을까. 대부분이 여름 영화 현장에 특화된 훌륭한 스탭들이었는데도, 연일 40도가 넘는 이번 무더위는 모두에게 상상초월이었다. 그리고 그 폭염의 한복판에 우리 어린이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이 그 여름을 어떻게 관통할 수 있었는지는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 아마도 촬영 첫 날. 잠시 바람을 쐬며 쉬려는 예림배우를 붙들고 부득불 장면을 설명하는 진상감독. 저 강풍기가 촬영 내내 얼마나 큰 힘이 되어주었는지 모른다. 나중엔 강풍기 바람마저 뜨거워졌지만, 그래도 배우들은 그 뜨거운 바람 앞에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불나방처럼.....
전체 40회차 중 초반 10회차는 모두 야외씬이었다. 태풍과 비소식이 있는 8월이 오기 전, 날이 좋을 때 야외 촬영을 해치워야 훨씬 편리하기도 했고, 또 그 씬들이 배우들에게도 비교적 쉽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장면들이기도 해서 그랬다. 그렇다. 우린 다 계획이 있었다! 나름 정교하고 섬세하게 짜여진 완벽한 계획이었고, 지금 돌이켜봐도 그 이상의 좋은 대안을 세울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심각한 더위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도 깜짝 놀랄 만한 더위였으니깐. 결국 온갖 장비를 둘러맨 스탭들이 땡볕을 견디지 못하고 탈진하기 시작했고, 때론 어린이 배우들까지 탈이 나서 앓아 눕기도 했다. 더위에 최적화된 나 또한 계속 암막을 뒤집어 쓰고 모니터를 봐야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결국 된통 더위를 먹어 시간마다 두통약을 먹기에 이르렀다. 어떤 상황에서든 삼시세끼 정확히 챙기며 끄덕없이 버티던 강나루 동시감독이 식사를 거르고 드러 누웠을 땐,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다 싶어 너무 두려워졌다.
+ 유미집 앞 촬영 중 쉬는 시간. 다들 잠시 그늘로 대피했다! 핸디선풍기와 얼음물은 우리 현장의 잇 아이템!
+ 모니터를 보고있는 나와 스크립터. 밝은 햇빛 때문에 모니터가 보이지 않아 늘 암막 속으로 기어 들어가 모니터를 보곤 했다. 기동성이 생명이라 바닥에 모니터를 부리다보니 늘 저런 자세로 현장을 지켜보게 됐다. 아니 그런데.... 나는 감독이니까 뭐 그렇다 쳐도, 스크립터는 대체 무슨 죄냐? (슬기야 자꾸 미안해) 그러고 보니 나 촬영 끝나고 무릎이 영 안좋아진 게 저 때부터였나봐?
결국 5회차가 넘어가던 무렵, 세훈피디와 지혜대표님이 이러다 정말 모두 쓰러지겠다고, 가장 햇볕이 따가운 점심 무렵의 2-3시간은 무조건 촬영을 하지 말자는 "정오촬영금지" 방침을 세웠다. 굉장히 놀랐다. 사실 정해진 시간 안에 촬영을 다 못하면 결국 회차가 늘어나는데, 그 부담은 고스란히 회사와 제작진이 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원들의 안녕과 건강을 생각해 내린 두 분의 용단에 이후의 촬영은 그나마 수월해졌다. 이젠 적어도 한낮의 태양이 내리쬐는 시간엔 모두들 잠시 숨을 돌리고 체력을 충전할 수 있었다.
물론 고충도 덤으로 생겼다. 어떻게든 원래 스케줄에 맞춰 하루 촬영분량을 소화해보고자, 헤드 스탭들은 하루에도 열두번씩 한데 모여 회의하고, 조정하고, 다시 계획을 세웠다. 브레인들이 모인 덕에 다행히 스케줄은 계획과 크게 어긋나지 않고 진행될 수 있었고, 더 이상의 부상자(?)도 속출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절대적으로 모자라다 보니, 중요한 컷 중에서도 더 중요한 것들을 골라 촬영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고, 프리 때 미쳐 발견하지 못했던 군더더기들을 다시 한번 거르는 작업이 되어 내게도 좋았다. 물론 나도, 다른 감독님들도 결국 온전히 쉬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미안함은 왜 자꾸 적립만 되는 것일까)
그렇게 초반 10회차를 쌩 밖에서 견디고 실내에서 찍게 되었을 때, 적어도 햇빛은 피할 수 있다며 모두가 좋아했다. 그런데 왠 걸! 이후 이어진 유미집 실내 촬영은 실외보다 더 더웠다. (끝난 줄 알았지?) 좁은 실내에 배우와 스탭진들이 꽉꽉 들어찼는데 촬영 조명 장비들이 한껏 열기를 더해주었고, 에어컨을 틀 수 없어 선풍기 몇 대로 간신히 더위를 식히려다 보니, 그야말로 숨 쉬기도 벅찬 사우나실이 되버린 것이다. 실외가 39도인데 실내가 44도까지 올라가는 상황이 이어지자 또 다시 촬영 중단. 그렇게 휴식 시간은 더 길어지고.....
+ 유미집에서. 막 촬영한 장면을 감상하는 시아와 나연. 스탭들이 챙겨준 얼음 주머니로 머리를 식히며 직접 연기한 장면을 꼼꼼히 모니터링했다. 그래도 이건 초반이라 가능했던 거고, 촬영이 거듭될 수록 배우들은 모니터 앞으로 이동하는 것조차 힘들어, 다 포기한 채 현장 붙박이로 계속 남아 있었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진다.....
그래도 인간은 결국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인지 모두가 나름의 생존법을 익히기 시작했고, 제작팀에서 이동형 에어컨을 구매해 이른바 “에(어컨)방”(배우들이 현장에서 가장 좋아한 곳이다)을 만들며 개선하려 했기에 조금씩 안정되어갈 수 있었다. 이후 편집할 때 배우들이 실제 땀을 제일 많이 흘린 곳이 바로 유미집이라 새삼 놀랐고, 결국 색보정을 해주신 김승원 실장님이 지나친 땀들은 손수 지워주셔서 더욱 보완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숨만 쉬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그 무더운 집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3. 하나야, 안 돼!!!!
사실 더위보다 더 강력했던 사고가 있었다. (더 감당할 수 있겠나) 모든 씬에 다 나오는 주연배우 나연이가 무려 2회차 되던 날, 갑작스레 부상을 당한 일이었다. (사실 5회차인 줄 알았는데 대표님이 2회차였다고 정정해주셨다. 헐. 촬영 두번째 날 다쳤다고?! 진짜로?! 우리 진짜 그런 상황 속에서 찍은 거야?!) 이제 막 촬영을 시작했을 때라 아직 제대로 적응도 안됐는데 모두에게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나 유미 유진 삼총사가 찬과 보라의 풋풋한 연애의 순간을 몰래 지켜보는 장면을 찍을 때였다. 다들 진짜 신나게 연기했고, 실제 촬영장에도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심지어 잠시 그늘이 드리워 그닥 덥지도 않아서 모든 것이 다 완벽했다. 찬이 뒤늦게 삼총사를 발견하고 다가오자 세 아이가 꺅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컷을 찍고 있었다. 아직 초반 테이크였는데 조금 뛰어가던 나연이가 갑자기 무릎을 꿇은 듯 철퍼덕 바닥에 주저 앉았다. 모두가 깜짝 놀라 순간 정적이 이어졌다. 간신히 정신차리고 벌떡 일어나니, 나연이가 시멘트 바닥에 무릎을 쓸면서 넘어진 모습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하나야!!! 안 돼!!!!!!!!
+ 찬과 보라에게 어떻게 조심조심 다가갈까 리허설 하던 모습. 이 때만해도 다같이 웃음 빵빵 터지면서 재밌게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나의 매끈한 무릎이 왠지 더 슬퍼 보인다.
나를 비롯한 거의 모든 스탭들이 장비를 집어던지고 나연이에게 달려갔다. 너무 놀란 나연이는 울지도 않고 그저 가만히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겨우 나연이를 일으켜 살펴보니 왼쪽 무릎 아래 전체가 와장창 깨져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픔이 전달될 만큼 심각한 부상이었다. 뛰는 장면이긴 했지만 복잡한 동선도 아니었고, 바닥이 유달리 미끄러운 것도 아니었고, 누구도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라 충격에 빠졌다.
모두가 당황해 우왕좌왕하는 사이, 노련한 지혜대표님이 “구급상자 챙겨와!” 하고 소리쳤다. 대표님은 하나 발을 붙잡고 곧 상처를 소독하기 시작했고, 나는 하나 손을 붙잡고 계속 괜찮냐고 얼마나 아프냐고 횡설수설 했다. 그런데 나연이는 그저 멍한 얼굴로 “이제 촬영 어떻게 해요?”하는 질문만 되풀이했다. 이렇게 심각한 부상을 입고도 울기는 커녕 촬영을 걱정하는 12살 배우라니. 걱정이 가득한 나연이의 눈을 마주했던 그 날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너무 속상하고, 왠지 미안하고, 또 부끄럽고.... 오만 감정이 모두 솟수치던 날이었다. 이후 나연이의 빠른 회복을 위해 촬영을 잠시 쉬기로 했다. 사실 완전히 다 나은 뒤에 촬영을 재개하고 싶었지만, 이미 뒤가 막혀있는 스케줄이라 나름 최대한의 휴차를 갖는다고 가졌는데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 (왼쪽) 2015년 <우리들> 촬영 중엔 내가 발가락이 부러져 내내 깁스를 하고 다녔는데, (오른쪽) 2018년 <우리집> 촬영 중엔 나연이가 무릎이 깨져 내내 밴드를 붙이고 다녔다. 저 사진도 그나마 많이 회복되었을 때의 사진. 초반에 다쳤을 때의 사진도 있는데 너무 고어해서 차마 눈 뜨고 볼수 없다. 그런데 이거.... 혹시 징크스야? 그런거라면 이미 프리 때 나 아킬레스건 문제 생긴 걸로 퉁친 거 아니었어??!
그리고 시작된 제작진의 대멘붕! 배우의 휴식을 위해 스케줄이 뒤로 밀리면서 모든 일정을 재조정하느라 애를 먹은 건 사실 문제도 아니었다. 하필 하나의 의상은 모두 반바지였는데 지금 와서 긴바지로 바꾸자니 의도에도 맞지 않았고, 무릎의 상처를 감추되 애초의 촬영 컨셉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콘티를 수정하느라 매일 긴 회의가 열렸다. 게다가 애초에 하나는 뛰어다니는 씬이 많았는데, 한동안은 걷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 인물의 느낌은 살리되 뛰는 동선을 걷는 동선으로 바꿔야 하는 연출적 수정도 불가피했다. 또한 촬영이 재개된 후로는, 무더위 속에 나연의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연출제작부들이 돌아가며 신경을 써야 했다. 안 그래도 다들 주어진 업무가 많은 상황이었는데 다들 이런저런 새로운 상황들을 맞이하느라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 지경이었다.
하지만 나연이가 매일 병원을 오가며 성실히 치료에 임해줬고, 모든 스탭들이 서로 도우며 섬세하게 대처해줬기 때문에, 그나마 그런 충격적인 상황도 빠르게 안정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연이가 아직 어려서 그런지 실제 회복도 무척 빨라, 20회차가 가까워 오자 상처 위에 붙인 밴드를 떼고도 촬영할 수 있게 되었다.
+ 사고 이후 3주 쯤 지났던가. 유미집에서 나연과 예림. 정말 거짓말처럼 상처가 아물고 회복되기 시작했다. 아이는 뭐든 빠르구나! 한층 밝아진 나연이 얼굴에 미소가 가득. 근데 예림이 왜이렇게 신났지? 언니 다 나아서 좋은 거지?
사실 촬영이 끝나고 1년이 지난 지금도 나연이 무릎엔 미세한 상처가 남아있다. 그걸 보고 내가 속상한 표정을 지으면 나연이는 늘 헤헤 웃으며 “괜찮아요~” 한다. 하지만 괜찮은 일이 아니라는 걸 나도 안다. 나도 같이 헤헤 웃어보이지만 하나도 괜찮지가 않다.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고 해도 아직도 마음이 알알하다.
이 일을 지나오며 이제 정말 힘든 일은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뭐든 겪을만큼 겪은 뒤엔, 어쨌든 뭐든 좀 더 수월해지고 편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니깐.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다행히 더위도 한 풀 꺾이고 있었고, 나연인 다시 조금씩 뛸 수 있었다. 점점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점차 편해졌다. 태풍이 오기 전까지는....
아…… 글쓰기는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다들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진심을 다해 쓰실 수 있는 지 모르겠어요.
제작기를 3화로 마무리 하려고 했는데, 그 안에 다 담지 못해 한 화를 더 써보려고 합니다.
간혹 “도대체 이 영화 그래서 완성은 되는 거냐?”고 묻는 분도 계신데요.
네! 천만다행으로 영화는 무사히 만들어졌고요!
2019년 8월 22일 (오늘이네요!) 개봉도 합니다!
나머지 이야기들은 다음 화로 다시 나누어 보겠습니다! 곧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