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터의 일
회사 뉴스룸 사이트를 오픈한 지 두 달이 지났다. 다행히 채널은 초기 목표했던 지표를 달성하며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팀에서 여전히 많은 시간을 들여 논의하는 건, ‘좋은 콘텐츠’에 대한 정의다. 뉴스룸은 기업 사이트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콘텐츠 플랫폼'을 지향했다. '좋은 콘텐츠'란 도대체 무엇인가. 좋은 콘텐츠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적어도 채널을 운영하는 구성원 간에는 좋은 콘텐츠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여러 명이 콘텐츠를 제작해도 우리는 모두 '컬리 뉴스룸'이란 이름 아래 존재하기 때문이다.
뉴스룸 콘텐츠를 기획할 때 아래 요소들을 점검한다. 그게 내가, 뉴스룸 운영팀이 생각하는 '좋은 콘텐츠'의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는 컬리 뉴스룸에만 한정되는 것으로, 모든 콘텐츠 채널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콘텐츠의 정의는 채널의 수만큼 다양하다. 어디까지나 참고용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콘텐츠는 결국 점유의 싸움이다. 독자의 시간을 점유하는 콘텐츠만이 살아남는다. 그러니 대체될 수 있는 콘텐츠는 의미가 없다. 컬리 뉴스룸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 컬리 뉴스룸이라서 가능한 콘텐츠(OTT에서는 ‘오리지널 콘텐츠’라 불리는 그것)인지를 가장 먼저 판단하는 이유다. 컬리 뉴스룸이 아닌 다른 채널에서도 다룰 법한 콘텐츠라면 굳이 우리가 공들여 제작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
그런 측면에서 PR/커뮤니케이션 부서에서 만드는 콘텐츠는 마케팅 부서에서 만드는 콘텐츠와 다른 결의 콘텐츠여야 한다. ‘우리’의 기준은 회사 내외부뿐만 아니라 회사 안에서의 구분에도 적용된다. 마케팅팀도 콘텐츠를 만들고, 브랜드팀도 콘텐츠를 만든다. 각 팀은 콘텐츠 카니발라이제이션*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로가 잘할 수 있는 이야기로 독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상품 이야기는 모든 팀이 할 수 있지만, 기업, 비즈니스 차원의 이야기는 PR/커뮤니케이션 부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상품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마케팅 콘텐츠보다는 기업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는 콘텐츠가 우리(PR/커뮤니케이션 부서)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예시) 질문들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 한 기업의 신제품이나 신기술이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의 판매를 잠식하여 전체적인 매출이나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
기획 의도는 곧 콘텐츠의 가치다. ‘이 콘텐츠를 왜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되어야 한다. 콘텐츠를 통해 독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 점검한다. 기획의도가 명확한 콘텐츠는 단 한 줄로도 콘텐츠를 설명할 수 있다. 기획의도가 명확한 콘텐츠일수록 목표 독자도 뚜렷하다. 그만큼 콘텐츠 확산도 훨씬 용이하다.
콘텐츠 기획자와 제작자의 영원한 과제는 하고 싶은 이야기와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 사이의 교집합을 찾는 일일 것이다. 기업이 하고 싶은 말만 담은 홍보성 콘텐츠로 채널을 채우면 독자의 외면을 받기 쉽고, 반대로 독자에게만 유용한 콘텐츠로 채워진 채널은 ‘기업’ 채널로서의 본래 목적을 잃어버릴 수 있다.
기업에서 운영하는 것은 '미디어'가 아니라 '브랜드' 미디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이 중간에서 균형을 잘 잡는 사람이 결국 기획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와 우리(기업)이 하고 싶은 이야기의 교차점에서 영리하게 줄타기를 하는 콘텐츠, 그래서 독자도 기업도 모두 윈윈하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기업 뉴스룸은 채널 특성상 ‘목적형 독자'의 방문이 대부분이다. 해당 기업의 정보를 알고 싶은, 뚜렷한 목적을 가진 독자들의 직접 유입이 많다.(실제 컬리 뉴스룸 GA 데이터도 그렇다) 구직자, 투자자, 언론 등 기업 정보를 얻고자 하는 이해관계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만한 이야기를 충분히 담아야 한다.
그러나 컬리 뉴스룸처럼 '콘텐츠 플랫폼'을 지향하며, 장기적으로는 일반 독자, 즉 '탐색형 독자'에게도 유용한 채널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모든 콘텐츠가 기업 중심의 콘텐츠여서는 확장이 어렵다. 사이트 오픈 초기에는 목적형 독자를 타깃으로 한 기업 중심 콘텐츠를 주로 다루되, 탐색형 독자를 위해서 검색이나 바이럴이 될 만한 콘텐츠도 서서히 늘려가야 한다. 목적형 독자와 탐색형 독자의 비율은 정해진 건 없지만 8:2(초기)에서 5:5를 목표로 하면 적당하다.
만약 탐색형 독자를 위한 콘텐츠까지 내부에서 소화하기가 힘들다면 외부 필진을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소정의 원고료가 필요하지만, 내부에서 얻기 힘든 새로운 관점을 얻고, 일반 독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