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닉한 선들 속에서도 리듬이 느껴지다.
Irises, May 1889
미술 역사 속 빈센트 반 고흐만큼 전 세계에 깊은 영향을 남긴 예술가는 드물다. 다작 화가였던 반 고흐의 작품은 그의 격동하는 감정과 뜨거운 열정, 자연과의 깊은 교감을 늘 시각적으로 증명해왔다. 그의 수많은 걸작 중에서도 <아이리스>(붓꽃)라 불리는 이 작품은 그만의 생생한 붓터치와 선명한 색채가 도드러진다.
<아이리스>는 언뜻 보기에도 강렬한 색채와 위풍당당한 구도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화면의 중심에는 무질서하게 흐드러지게 피어난 붓꽃의 꽃잎과 길쭉한 잎들이 대담한 청자색과 군청색으로 어우러져, 원경의 노란색 영역까지 세심한 균형으로 보색을 적절히 사용했다. 그의 외로움, 고립감, 정신적 고통을 상징하는 푸른색과 더불어 배치된 조화와 안정감의 노란색들은 다시 캔버스의 바닥에 붉고 차분한 흙색으로 정리되면서 안정감있게 조화를 이룬다.
꽃들은 바람에 우아하게 흔들리며 그 고요함 속에서 움직인다. 임파스토 스트로크가 특징인 그의 시그니처 붓터치는 한 눈에 바로 느껴지는 두꺼운 촉감을 선사한다. 배경부터 전경의 세밀한 잎에 이르기까지 그림의 모든 면에서 분명하게 선명한 선의 표현이 드러난다. 가까이서 그의 선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캔버스가 살아 움직이는 듯 하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화면, 즉 짜여진 캔버스 자체의 본질을 느끼도록 한다.
아이리스의 무더기 한 가운데 흰색을 한 아이리스 한 송이가 우뚝 솟아 화려한 색상들과 대조를 이룬다. 이 단 한 송이가 가져다주는 우아함과 평온함은 작품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는 중심과 같은 역할을 한다. 반 고흐가 선명한 색채의 향연 속 이 고독한 흰색의 붓꽃을 포함하기로 결정한 것은 대비와 조화에 대한 그의 깊은 이해를 암시하며, 의미적 이중성의 균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오른쪽에서 왼쪽 사선으로 캔버스를 가로지르는 자연스러운 비대칭 구도는 그만의 원근법과 스케일을 사용하여 나타난 깊이와 거리감이다. 이는 감상자의 시선을 작품의 중심부로 더 깊숙이 유도하여, 자연 세계의 아름다움 사이의 유쾌한 대화가 담긴 몽환적인 풍경에 빠져들겠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