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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이터지아 Nov 27. 2023

에드워드 호퍼, 축축한 일상의 오늘


아스팔트 같은 날 





Edward Hopper, Automat, 1927




하늘을 드리운 먹구름은 빗물을 쏟아내고, 푸욱 젖은 아스팔트의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의 고무 바퀴에 물보라 소리가 흩날리며, 묵직한 공기를 타고선 내 귀 앞까지 선명해진다. 비 오는날의 도시는 날카로운 쇳소리가 가득해, 아파트의 베란다 창을 닫을 수 밖에는 방법이 없다. 자연스레 벽과 벽들 사이의 단절된 공간은 르꼬르뷔지에의 의도답게 나만의 침묵의 공간을 조성했다. 22도에 늘 맞추어 놓던 에어컨 바람은 더 이상 내 육체가 필요해하지 않는다. 




주어진 일들은 나를 이유없이 상처를 남기고 호흡을 곤란하게 했다. 마음은 먹기 나름이라며 세뇌하면서도 또 다시 정신은 흐뜨러지고 집중을 잃는다. 점심엔 몸을 보신하겠다는 이유로 탄수화물이 가득한 솥밥을 먹고, 1 리터의 양에 버금가는 2000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투고했고, 그 음식과 액체는 모두 내 몸 안에서 소화를 거듭했고, 나는 맥북 키보드 위에서 손을 떼지 못 한다. 




이 행위는 생명하는 것이며, 반복함은 일상하는 것이다. 오늘은 그러한 단조로운, 무미건조한,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축축하면서도 차가운 바위의 표면 같은 날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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