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큐레이터지아 Mar 09. 2024

클로드 모네, 항해하는 사람들

Claude Monet, Port of Le Havre, 1874

어디로 가면 되나요?





Claude Monet, Port of Le Havre, 1874







주저 없이 그들은 배에 탑승했다. 탄탄하거나, 크거나, 견고하거나, 강철이거나, 아름답거나. 모든 배들은 그 꿈꾸는 바보들을 싣고 먼바다를 항해하기 시작했다. 선장의 울림을 우러러보며 일렁이는 지평선의 푸른빛 일몰을 마주하며 떠있었다. 그들의 시각 체계는 그 붉은빛에 더욱 예민하게 감각하며 빨라지는 박동으로 두근거림을 느끼게 했다. 설렘이라는 감정이었을까, 혹은 두려움이었을까. 그날따라 태양빛에 반사된 윤슬은 더욱 찬란했다.  



선장이 하나 둘 선원을 떠나보내기 시작했다. 어쩌면 포기하는 것이었다. 꿈꾸던 바보들의 속력은 그대로 멈추어졌다. 육지에 두 발을 내딛자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 몸뚱이는 곧 꿈이 멈춰졌다는 것을 깨닫고선 사라져 가는 배를 쳐다보았다. 그제야 배의 형체를 뚜렷하게 알아차린다. 우리의 난장판 속 망가져 녹슬어버린, 그리고 살아남은 모습을.



이상하리만큼 아늑한 공간에 취해,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새로운 배의 탑승을 고대하는 우리. 부서진 마음을 조각조각 붙여보아도 쓰라린다. 물결은 더욱 빛나 눈살이 찌푸려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프리다 칼로, 영웅과 반영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