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ward Hopper, People in the Sun, 1960
나는 나만 바라보고 있어요
Edward Hopper, People in the Sun, 1960
우연히 감독 스스로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시나리오를 읽게 되었다. 주인공 한스는 스스로를 순수하고 착한 심성을 가졌으며 자신의 것이 모두 옳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희생과 헌신으로 마을 사람들을 모두 사랑하고자 하였다.
한스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늘 희생하며 정의를 외치는 위대한 인물이었다. 한편 한스에게는 두렵고 강렬한 존재가 있었다. 그는 내심 그 존재가 하루빨리 사라지길 원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그 존재가 착한 자신과 달리 얼마나 두려운지, 무서운지, 나쁜지, 못 됐는지, 미쳤는지 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한스는 운 좋게도 기회를 엿봐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서 그 존재를 마을에서 완전히 내쫓았다. 한스는 너무나 행복한 나머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승리를 외치며 그날을 마을의 국경일로 지정했다. 왕국의 열쇠를 거머쥔 한스는 호화로운 잔치를 벌였다.
그 이후 마을은 평화로운 듯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점점 마을은 변하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점점 누군가를 또다시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사라지면 다시 두려운 누군가를 데려왔다. 싫어할 자들은 계속 싫어했고, 놀 사람들은 계속 놀았다. 거짓된 자는 계속 거짓말을 했고, 속일 자는 속이기 시작했다.
한스는 그럴 때마다 상징적인 국경일의 그날을 떠올렸고, 마을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만나 자신의 정의와 정당함과 선함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는 그럴 때마다 뭔지 모를 뭉클함과 벅차오름을 느꼈다.
그러나 한스는 매일 밤 불면증에 시달렸다. 두려운 존재들이 하나둘 사라졌음에도 그는 여전히 두려웠다. 그의 삶 속에 그것들이 사라졌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 그 두려운 존재가 꿈에서도 나타날까 봐 괴로웠다. 그의 악몽의 주인공은 그 존재였다. 지금 이 순간도 불안한 나머지 남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다음 제거 대상자를 찾아 나섰다. 몰래 두려운 존재들의 삶을 염탐하기도 했다. 다음 대상자가 될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알지 못했다.
어느 날 오래전 마을을 떠났던 한스의 두려운 그 존재는 한스 마을의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그 존재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일도 많고, 돈도 많이 벌어, 새로운 마을을 예쁘게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세상의 거짓말과 속임수로 낙담할 시간에, 노래에 맞춰 춤을 추었다. 그리고 따사로운 태양 아래 내일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