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ude Monet, Port of Le Havre, 1874
어디로 가면 되나요?
Claude Monet, Port of Le Havre, 1874
주저 없이 그들은 배에 탑승했다. 탄탄하거나, 크거나, 견고하거나, 강철이거나, 아름답거나. 모든 배들은 그 꿈꾸는 바보들을 싣고 먼바다를 항해하기 시작했다. 선장의 울림을 우러러보며 일렁이는 지평선의 푸른빛 일몰을 마주하며 떠있었다. 그들의 시각 체계는 그 붉은빛에 더욱 예민하게 감각하며 빨라지는 박동으로 두근거림을 느끼게 했다. 설렘이라는 감정이었을까, 혹은 두려움이었을까. 그날따라 태양빛에 반사된 윤슬은 더욱 찬란했다.
선장이 하나 둘 선원을 떠나보내기 시작했다. 어쩌면 포기하는 것이었다. 꿈꾸던 바보들의 속력은 그대로 멈추어졌다. 육지에 두 발을 내딛자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 몸뚱이는 곧 꿈이 멈춰졌다는 것을 깨닫고선 사라져 가는 배를 쳐다보았다. 그제야 배의 형체를 뚜렷하게 알아차린다. 우리의 난장판 속 망가져 녹슬어버린, 그리고 살아남은 모습을.
이상하리만큼 아늑한 공간에 취해,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새로운 배의 탑승을 고대하는 우리. 부서진 마음을 조각조각 붙여보아도 쓰라린다. 물결은 더욱 빛나 눈살이 찌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