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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미인 Jul 14. 2022

바다와 소녀 이야기

저 높은 산들조차 모두 품을 수 있다면

한 소녀가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그 소녀에게 말했다.



"저 높은 산을 한번 보렴. 너는 저기 있는 산처럼 높이 올라가야 해. 저 높은 정상에 올라서면 네가 원하는 성공과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래서 소녀는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 죽기 살기로 노력해서 정상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정말로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과 행복이 있었다. 소녀는 기쁨에 흠뻑 젖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고, 사람들은 또다시 소녀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저 앞에 있는 산을 올라가야 해."



그 산은 이전에 소녀가 올랐던 산보다 훨씬 더 높았다. 하나의 산만 넘으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번에도 소녀는 사람들의 말대로 산을 올랐지만 지난 산과 다를 바 없었다. 게다가 소녀 앞에는 더 높고 험난한 산이 어서 오라며 손짓하듯이 기다리고 있었다.



산 정상에 오를 때마다 기쁨과 행복, 성공이 뒤따랐지만 그에 못지않게 소녀의 몸과 마음은 기력을 다해갔고, 심장은 온갖 상처들로 난도질당했다. 소녀는 깊은 상념과 번뇌에 잠겼다.



'아, 나는 언제까지 이 끝없는 정상을 향해 올라가야 하는 거지? 정말 이것이 내가 바라던 삶인가?'

그렇게 또 하나의 산 정상에서 걸터앉은 채로 소녀는 한 걸음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바다가 소녀에게 말을 걸어왔다.



"넓고 깊은 바다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보렴. 저 높은 산들조차 네 마음에 모두 품을 수 있을 만큼. 그러면 너는 애써 높이 오르려고 하지 않아도 세상 모든 것을 가지게 될 거란다."



바다의 속삭임을 들은 소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이내 천천히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더 높은 산 정상에 오르려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세상 사람들을 뒤로한 채로. 바다의 마음으로 더 낮은 곳에서 더 깊고 더 넓어지기 위해. 그리고 높디높은 산들까지 가슴에 품기 위해. 소녀는 발걸음을 낮디 낮은 바다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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