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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키비스트J Jan 07. 2024

제1편. Archipop

프랑스 시청각 아카이브 기업 Archipop 탐방기

근대 아카이브는 권리, 권력을 민(民)에게 부여한 가장 상징적인 개념이자 공간입니다. 1789년 프랑스 혁명으로 실현되었죠. 이후 프랑스는 아카이브 문화가 대중에게 널리 퍼져 있는 ‘아카이브 문화 선진국’으로 각인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일부 번역되는 몇몇 논문이나 도서를 제외하면 아직은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일선의 사람들, 그 속에서의 요즘 분위기들, 사용하는 툴이나 프로그램 마음가짐들... 어느 하나 명확히 아는 게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아카이브 환경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아주 일부이지만 직접 방문하고 들어 본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Archipop


아치팝(Archipop)은 2003년 설립되어, 20년이 넘도록 시청각 아카이브(Audio-visual Archives)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는 회사입니다. 프랑스 북부 보베(Beauvais)를 거점으로 전국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치팝은 여러 전문가가 모인 회사입니다. 수집, 도큐멘테이션, 영상 기술, 대외 협력, 권리 분야에서 상근, 비상근직 전문가로 근무하는 8명이 그들입니다. 아치팝이 다루는 자료는 35mm 필름, Super 8 등 디지털 생산체계 이전에 기록된 근현대 시청각 자료입니다. 개중에도 가정에서 촬영한 홈 비디오, 개인이 자신의 일상을 기록한 동영상과 같이 ‘아마추어 필름’을 대상으로 합니다.


 지방정부, 종교단체, 연구단체, 개인 등 의뢰인들은 다양합니다. 프랑스의 근현대 일상을 비추는 아마추어 필름으로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시민에게 아마추어 필름을 수집해, 디지타이징과 인덱싱 작업을 합니다. 그 중 일부는 아치팝 웹사이트에 게시해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합니다 사진 아카이브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잔&마사 포토 라이브러리(Suzanne & Martha Photo Library)는 아치팝이 보유한 동영상에서 캡쳐한 고화질 사진을 판매합니다.


 팬데믹 이후 더욱 공고해 진 디지털 세상에서는 국경을 넘나들지 않고도 전 세계 아키비스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페이스북 그룹 아키비스트 씽크탱크(Archivist Think Tank)와 같이 자유롭게 지식과 의견을 나누거나 때로는 아키비스트만의 애환을 토로하는 모임도 있고요,(처리과와의 미스커뮤니케이션이나 적은 급여에 대한 불만, 진로 고민도 많더군요. 아키비스트 사는 건 다 비슷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에디트(Inedits)와 같이 한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 협회에서 국제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종종 글을 찾아 읽다보면, 그들의 아카이브 업무 방식이나 아카이브를 바라보는 시각을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해외 여러 아카이브 관련 단체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는 ‘새 공공영상문화유산 정책포럼’의 추천을 받은 곳이 바로 아치팝입니다. 2023년 3월 프랑스의 아마추어 영상연구 그룹 프라티크 오디오비주엘 다마트어(Pratique Audiovisuelle d'Amateur)가 개최한 세미나에 아치팝이 참여했는데 꽤 인상 깊은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장 구글링 해 봤습니다. 아치팝 웹사이트에서 확인한 바로는 아래와 같은 일을 합니다.  

시청각 아카이브 프로젝트: 기록 수집, 위탁, 보존, 평가, 기록화, 홍보 등

아카이브 자료 수탁, 위탁

필름 백업 및 물리적 보존, 자료 인덱싱

가치 확산을 위한 온라인 아카이브 플랫폼 운영, 교육 워크숍, 전시, 캠페인 등

네트워크 협력


 활동 범위는 무려 프랑스 전역입니다. 고작 8명이 일하는 작은 단체가 어떻게 이런 광범위한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까? 도대체 어디에서 이런 동력이 생기는지 궁금해졌습니다. 7월 말, 아치팝의 커뮤니케이션 담당 파비에(Favier) 씨에게 첫 이메일을 보낸 후, 디렉터 라보투(Raboteau) 씨와 몇 번의 일정 조율을 거쳤습니다. 2023년 9월 28일 목요일, 프랑스 북부에 자리 잡은 고즈넉한 역사도시 보베의 박물관 거리에서 아치팝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4시간 가까이 한국과 프랑스의 아카이브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그들이 어떤 사업을 펼쳐 왔는지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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