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시업 10개만 하세요.
망설임. 망설임의 연속이었다.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면 망설임이 언제나 나를 옥죄었다. 해서 어느 날 지금까지 내가 했던 것들을 돌이켜 보았다. 돌이켜보니 망설임의 거듭된 결과로 그냥 넘어간 일들, 포기했던 일들, 아직도 포기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 일들, 마침내 마무리했던 일들 등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망설였든 망설이지 않았던 이렇게나 많은 일들을 내가 했었구나.. 걱정하고 망설였던 많은 일들이 세월이 지나 돌이켜 보니, 걱정하고 망설이긴 했지만, 그래도 얼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설임으로 야기되었던 비용(?) 소모는 엄청났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오늘 할 수도 있었던 일을 일주일 뒤에 하는 그런 식이 되었다는 거다. 그냥 오늘 해치우면 될 일을, 일주일을 망설이고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일주일이나 길게는 5년이 다돼 가도록 두다가 미련이 남아서 해치우는 그런 방식이었던 거다.
망설이지 않는 삶은 어떤 삶일까? 궁금하다. 지금 하고자 생각나면 지금 해치우는 그런 삶은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나의 삶의 가치 중 하나는 법 지키고, 윤리적으로 벗어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인데, 이 테두리 안이라고 하면 뭐든 하면 되지 않을까?
한국으로 치면 나이도 나이이고 나름 직장생활의 달인(?, 30년 정도 했으면 달인이지 싶다.)이기에, 가끔 나이 숫자가 적은 사람들이 심적 조언을 물어오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서 나는 답이 정해져 있다. '단 하루도 빠지지 말고, 푸시업 10개만 하세요. 조건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다는 것입니다.'라고 답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뭐 하고 뭐 하고 안정을 취하고 등등의 조언들은 너무나 많다. 그리고 그게 정답이다. 그런데 그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중에 한 해결책이 나는 이것인 것 같다.
푸시업 10개는 몇 초면 한다. 통상 사람들에게 푸시업을 해보시라 하면, 언제 하는 게 가장 효과가 좋은가요? 자세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팔과 어깨의 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시선은 어딜 봐야 하나요? 유튜브에서는 이렇게 하라고 하는데 그게 맞는가요? 등등의 질문들을 해오는 경우도 많다. "그냥 해라. 쫌"
그런 질문은 푸시업을 어느 정도 한 다음에 푸시업이 재미도 있어지고, 뭔가 자신감도 생기고 한 후에 해도 절대 늦지 않다. 푸시업 10개를 매일 하다 보면 이게 한 3-4개월 지나면 100개도 되고, 300개도 된다. 실은 심리적으로 아주 어려운 사람이 매일 푸시업 10개를 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그러니 생각 없이 그냥 하면 된다. 엎드리기가 어렵지 일단 엎드리면 이게 또 된다.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다. 위에 내가 돌이켜 본 일들 중에 망설임이 도움이 됐던 일은 별로 없다. 매일 내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건 나에게 안정감을 준다. 뭔가 미세하지만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몸이 먼저 안다. 그러다 마음으로 간다. 분명하다.
그러는 나는 푸시업을 하루에 몇 개를 하는가 묻는다면, 300개를 한다. 물론 세트 분할해서. 이 이상 늘릴 생각도 없다. 다른 운동으로 대체해 가고 있으니 말이다.
많은 일들이 그렇다. 특히나 때론 망설일 필요도 없는데 망설인다. 부모님이 뵙고 싶고,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고, 아이들과 대화하고 싶은데.. 안된다. 이미 마음이 그렇게 망설이고 있다. 그냥 하면 되는 것인데 말이다. 부모님께 전화드리고, 아내에게 사랑한다 말하고, 아이들과 대화하고 그러면 되는데 말이다. 이런 건 망설여봐야 득 될 거 없다. 그냥 하면 된다.
회사 업무도 마찬가지이다. 아주 오래전(대리 때인지 그 전인지 모르겠다.)에 회사에서 통계집을 만드는 업무를 담당했던 적이 있다. 당시 통계집의 목표는 상사분들이 윗분들 보고 들어가서 답변하기 편하시라고 만들었었다. 크기가 지금의 스마트폰 두 개 펼쳐 놓은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서 회사 수첩(노트)에 끼워서 보고 들어가서 상사께서 물어보시면 즉시 찾아서 답변할 수 있도록 하는 용도였다. 명목상 목적은 그게 아니었지만, 명목상 목적은 직원들이 매월 실적과 목표를 인지해서 팀의 목표 달성을 위함이지만.
처음에 업무를 배당받았을 때 목차만 만들어서 보고하고, 목차만 승인이 되면 일주일이면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차는 이틀이면 만들 수 있었다. 당시 통계가 모아지지 않아서 그렇지, 찾아보면 다들 PC안에 숨어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니 시간이 걸리는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는 왜 인지 미루고 미루고 또 미뤘다. 본업인 장사(Marketing)가 있긴 했지만, 그리 미룰 일도 아니었는데, 미루었다. 아침에 출근하면 할까 말까로 망설이다가 한 달이 다 지나갔다. 임원급 윗선의 지시 사항이 아닌지라 독촉하는 상사도 없었고 매일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그러다 한 두 달 지나서 팀장이 통계집 어떻게 됐지?라고 물었을 때 나는 아차 싶었다. 그냥 할 걸... 결국 옴팡 깨지고, 깨진 지 일주일 만에 만들어 드렸다. 드리면서 또 깨졌다. 일주일 만에 할 수 있는 일을 두 달이나 잡고 있었다고. 지금 생각하면 이도 추억이다. 그냥 했으면 깨질 일도 아니었건만 암튼 옴팡 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