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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룡 May 17. 2024

나이가 들어간다.

나이가 들어간다. 분명한 것은 지금도 나이 시계는 앞으로 앞으로 돌아가고 있다. 솔직하게 나는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싫지만은 않다. 뭐랄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삶의 의미나 재미를 알게 된다는 느낌이랄까. 뭔가 기분 좋은 느낌이 들어간다. 간만에 한국엘 들어왔다. 부모님께도 방문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이제 내일이면 멕시코행 비행기를 탈 것이다. 한국엘 오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나이 들어가는 걸 아주 극명하게 느끼게 만들어 준다. 


멕시코에서의 삶에 젖어 있는 나는 이런 분위기가 낯설다. 멕시코에서는 나는 나의 나이가 그렇게나 많은지 잘 느껴지지 않는다. 나와 가장 친한 멕시칸의 나이가 36살이다. 내가 존경하기도 하고, 조언을 가장 많이 해주는 친구의 나이가 76세이다. 이 두 친구들을 만나면서 나는 76살의 친구가 늙었다는 느낌도, 36살의 친구가 나보다 한 참이나 젊었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그냥 친구다. 36살의 친구가 나를 시니어로서 존경하거나 그런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냥 친구로서 대화한다. 


내 나이가 그렇게나 많은가? 한국에만 오면 그걸 아주 많이 느끼게 된다.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면 되는데 내가 너무 민감한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직장생활의 거의 반을 멕시코에서 보냈다. 아마도 내 분야에서 아시아 인으로서 나 만큼 광범위하게 인적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이제 멕시코의 철강업계도 세대교체를 하고 있다. 내 또래의 사장들이 자식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같이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 회사를 물려받는 2세들은 운동에 열심이다. 왜 그렇게나 운동에 열심인지는 모르겠으나, 골프, 마라톤, 3종경기, 테니스 등등의 운동에 아주 열심이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는 비만에 의자에 앉기도 불편한데, 자식들은 영화배우 뺨친다. 


한두 번 같이 만나다가 따로 만나는 경우가 생긴다. 나이로 치면 나하고 최소 20년은 차이가 나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가 막히지 않는다.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그들은 나를 'Carlos'라고 부른다. 나의 멕시칸 이름이다. Mr. 도 붙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가?


앞으로도 나는 나이에 얽매이지 않으려 한다.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분명 나이는 들어간다. 나는 늙어간다. 그 늙어감에 매이지 않겠다는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 내가 하고 싶고, 하고자 하는 일을 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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