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주가 굉장히 특별하다고 말을 해주던 그는 특히 내년에 사주가 너무 안 좋다며 걱정을 많이 했다.
Sorita : 야, 너만 읽지 말고 나 보여줘. 내가 통째로 보게
Y군 : 안돼요. 이건 보여줄 수 없어요
Sorita : 뭐야? 내년 내 사주가 그렇게 안 좋니?
Y군 : 일단 7월과 8월엔 물가에 가지 말라고도 쓰여 있네요
Sorita : 필리핀 가서 스쿠버다이빙 또 해보고 싶었는데 내년엔 안 가야겠구나
나는 사주를 신뢰하지 않는다.
사주라는 게 이렇게 생각하면 이렇고 저렇게 생각하면 저렇다. 끼워 맞추기 나름이다. 사실 올해 내 사주가 좋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별의별 일들이 다 있었고 ㅈㄴ 힘들었다. 그러나, 지나 놓고 보면 그리 나쁘진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나쁜 사주는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2022년 마지막 운이 다하기 전까지 나는 모든 일을 최대한 해결하고 마무리를 지으려고 한다. 칼은 수도 없이 갈아서 뾰족하다 못해 스치기만 해도 베일 정도로 준비를 해 놨다.
회사에서 지금도 나를 돕고 있는 마케팅 직원 Y와 기획팀 E에게도 미리 내년의 나를 위해 더 도와달라고 청했다. 내년 나의 운이 나빠진다면 운이 좋아질 또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서 마이너스가 적어도 0으로 수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자! 내년 일은 그때 가서 걱정하고 오늘도 기운 내서 하루를 시작해 본다.
항상 시작은 과일과 견과류다. 직원이 카푸치노도 가져다줬다. 어느 국가 원두인지 모르겠지만 커피 맛이 참 좋다
방글라데시에서만 밀가루 폭식을 하고 있다. 한국 돌아가면 휴가 내서라도 운동을 할 거고 이때 찐 살 다 뺄 거다
연어와 닭고기, 올리브 그리고 현지식 요리다. 사모사가 참 맛있다
아침 식사 후 오전 9시에 픽업 차량을 타고 거래처로 이동했다.
E와 함께 회사에 도착했다. Robin은 먼저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인물값 하는 Robin이다
우리는 회의 시간보다 20분 늦게 도착했다. 그런데 회사 CEO는 우리보다 20분 더 늦게 도착했다. 진짜 참고 참고 또 참는다
이번 미팅도 상당히 중요했다.
그리고 CEO 역시 굉장히 똑똑하고, 영어도 잘하며 상황판단이 빨라서 마음에 들었다. 방글라데시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나는 E에게 거짓말을 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나는 모든 결정 권한은 내가 아니라 나의 상사와 회장한테 있다고 말을 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말을 할 것이다. 사실 여기서 일어나는 모든 결정은 내가 한다. 나의 의견을 상사와 회장은 듣고 조언을 해 줄 뿐이다. 내가 판단해서 아니다 싶은 회사와는 거래하지 않는다.
물론 우리 회사에는 본인이 결정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기가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남을 속이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나는 내 담당 지역에 와서 모든 것을 둘러보고 내가 만났던 사람들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기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사람들한테 최대한 만만해야 한다. 그들의 가식 없는 행동과 뼈아픈 현실 충고를 직접 보고 들어야 나의 내년 사업에 더 철저히 준비를 하고 대비도 할 수 있다. 지금도 나의 거래처 사장 E는 한국에 돌아가면 회장한테 이러이러한 식으로 꼭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회장은 숫자로만 판단을 한다. 이래서 요즘 나의 어깨가 더 무겁고 결리나 보다.
오늘도 다카 거리는 정체다.
그런데 유독 오늘따라 차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이상함을 느꼈다.
망할 VIP랑 동선이 겹쳐서 모든 차량을 경찰이 통제했다고 한다. 이 길을 벗어나기 위해서 30분을 낭비했다
계획보다 시간이 지체되었는데도 E는 기도 시간을 철저히 지킨다.
이렇게 나는 또 무슬림 사원 앞에 기사와 단둘이 남겨졌다. (기사가 나름 내 보디가드다)
차에 있기 답답해서 밖에 나왔더니 구걸하는 사람들이 몰려왔다. 당황해서 사원 앞까지 뛰어 왔다가 강아지를 마주쳤다
Robin은 기도를 일찍 마쳤는데 E는 기도 시간도 길다.
하루에 다섯 번 이상 기도를 하면서 매번 뭐가 그렇게 기도할 것이 많은 걸까? 무교인 나는 절대 이해를 못 하고 굳이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이왕 기도 하는 거 내년 사업도 대박 나게 해 달라고 빌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30분 더 이동 끝에 드디어 회사에 도착했다. 담당자를 만나기 위해 35분을 리셉션에서 또 기다렸다
남녀칠세부동석인지 내 근처에는 아무도 앉지 않는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 그린 셔츠 입은 사람이 Robin이다
회의는 나쁘지 않았다.
나의 3년 거래처이기도 한 곳에 방문해서 인사를 나누니 굉장히 반가웠다. 내년에도 잘 부탁한다고 신신당부하고 밖을 나섰다.
점심을 못 먹었기 때문에 (점심을 굶어도 무슬림 E는 기도만큼은 꼭 하더라) 배가 많이 고팠다.
우리는 7시가 넘어서야 저녁을 먹으러 갔다.
계란볶음밥에 야채와 닭고기 그리고 새우를 먹었다. 맛이 꽤 괜찮다
무슬림들은 손으로 음식을 먹기 때문에 손 씻는 물을 주는 곳도 있다. 왼쪽이 손 씻는 물이다. 후식은 파파야 주스를 시켰다
하루 종일 미팅을 다니면서 경적 소리를 듣다 보면 두통이 끊이질 않는다.
서울 시내의 교통 정체는 정말 양호한 거다. 서울에서는 차가 밀려도 대략 몇 시쯤 목적지에 도착할 것인지 예상이 되는 반면 다카에서는 그 누구도 우리가 언제 도착할지 예측할 수 없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봐야 할지 모를 이 국가에서 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의 50년 전으로 후퇴한 곳에 홀로 와 있는 나는 내년에 방글라데시에서 몇 백만 달러를 우리 회사 외화 계좌에 꽂아둘 계획을 하고 있다. 내년은 경기가 더 좋지 않다고 하지만 남들이 포기할 때 나는 더 적극적으로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