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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간방 박씨 Dec 20. 2022

무슬림 국가에서 열일하고 있어요

방글라데시도 크리스마스에는 휴일이래요

후 4시 정도가 되면 호텔 직원이 들어와서 간식을 몰래 놓고 간다.

마치 산타클로스처럼!


대추랑 쿠키다. 포장만 요란하다


오늘도 파이팅하기 위해 조식을 든든히 먹는다.

힘이 있어야 회의를 제대로 하고 할 말을 똑띠 할 수 있다. 나는 방글라데시에서 하고 싶은 말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었고, 해야 할 말을 제대로 전달해야 하는 미션도 가지고 왔다.


여기서 닭고기는 질리게 먹는다. 참고로 방글라데시는 닭고기에 항생제를 굉장히 많이 넣는다. 한국 가서 하림 닭고기만 먹고 싶다......


아침 7시가 넘었는데 레스토랑이 한산했다.


방글라데시도 축구를 굉장히 좋아해서 하루 종일 축구 중계를 틀어놓고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연어랑 견과류 그리고 졸인 무화과를 먹는다


회의를 가기 전 잠깐 업무를 하려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 또 정전이 됐다.

이제 정전은 익숙하다. 이곳은 하루에 한 번 이상 정전이 된다. 이럴 때는 그냥 알라신께 기도하면서 가만히 앉아있으면 알아서 불이 다시 들어온다.


좋은 호텔이라 다행히 비상등이 있었다


오늘도 나의 거래처 사장 E는 늦었다.

심각한 교통 정체 때문이라고 똑같은 변명을 했다. 물론 나도 그 상황을 잘 안다. 하지만, 이제 도저히 참을 수는 없었다. 나중에 후회를 할지언정 해야 할 말은 해야 오늘 하루를 무사히 넘길 것 같았다. 더욱이 우리가 처음 사업을 시작했던 2개월 전에는 이렇게까지 늦는 일이 없었다. 이 인간이 나를 만만하게 보고 편하게 대하는구나 싶었다.


Sorita : E야, 왜 이렇게 항상 늦는 거야?

E : 교통 체증 때문에 늦을 수밖에 없어

Sorita : 알아! 안다고! 근데 나 여기서 몇 분 기다렸게? 맞춰볼래?

E :......

Sorita : 네가 9시에 보자고 해서 8시 55분에 내가 로비로 내려왔어. 근데 지금 10시야. 늦을 거면 중간에 미리 메시지를 보내!

E :......


그리고 지금까지 참고 있던 한마디를 더 했다.


Sorita : 그리고 지금 며칠 째 계속 기침을 하던데 혹시 코로나니?

E : 아니, 방글라데시는 10월과 11월에 코로나 확진자 수가 0이었어. 여긴 코로나 끝났어

Sorita : 그래. 감기 걸렸다고 치자. 근데 그렇게 기침할 거면 마스크를 써야지! 내 마스크 하나 줄까?

E : 코로나 아닌데 왜 마스크를 써?

Sorita : 아니 감기 걸렸으니까 마스크를 써야지!


정말 성질 같아서는 다 때려치우고 당장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다.

근데 56세인 E는 오히려 내가 마스크를 쓰라고 한 것에 삐진 것 같았다. E는 정말 피 토하듯 마른기침을 매일 하고 있었다.


E : 방글라데시는 아침저녁으로 기온 차이가 심해서 감기 걸린 거야!

Sorita :......


평소 종로 밤거리를 걸으면서 과거로 돌아가 보고 싶다는 말을 농담 삼아 여러 번 했었는데......

나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의 4~50년 전의 배경 속에서 며칠째 지내고 있다. 내가 꿈꾸던 과거는 이런 모습이 아닌데......


하고 싶은 말의 반의 반도 안 했지만 이제 그만 참기로 했다.

사람은 장단이 있으니까 장점을 좀 더 보기로 마음먹었다. 진짜 이렇게 오늘도 나의 몸에 사리가 하나 더 생긴다.


회의하러 가는 동안 E와 기사는 회사 위치를 못 찾아서 한참을 헤맸다.

알고 봤더니 내 호텔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아주 가까운 곳이었다. 다카 거리에는 크고 좋은 일본차에 네비까지 장착해서 폼나게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데 지금 E와 함께 타고 다니는 이 똥차는 고장도 잘나서 하루에 한 번씩 점검을 한다. 왜 E는 자동차에 투자를 안 하는 걸까? 불만을 이야기하자니 끝이 없어서 그냥 생각을 안 하기로 했다.


말을 많이 했더니 목이 마르더라. 코코넛 먹고 싶었다


회의를 힘겹게 마치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방에 들어오니 20살 이상 많은 E한테 너무 버릇이 없었나 싶었지만 후회는 별로 안 한다. 지금까지 회사에서 수많은 무슬림들하고 일하면서 한국식으로 그들을 길들이고 사업을 성공시키는데 노력을 정말 많이 했다. 물론 성과도 있었지만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알라신에 부끄럽지 않게 남을 속이지 않고 착하게 지낸 다고 하지만 정작 무슬림들은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매번 만든다. 지금까지 거래했던 무슬림들은 많은 인내와 수련이 필요했다.


호텔에 돌아와 보니 청소가 되어 있었다. 바닥은 쓸지 않아서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심지어 욕조도 한 번도 청소가 안되어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또 똑같은 아침을 먹는다.


방글라데시에서만 밀가루 폭식을 하는 거다. 한국 가면 운동 몰아서 열심히 해야지


항생제 듬뿍 들어간 닭고기도 먹고, 연어랑 견과류도 먹는다


회의를 위해 차를 타고 또 이동을 하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차를 세우자마자 구걸하는 사람들이 몰려왔다.


이 사람은 어쩌다가 두 팔이 없을까? E가 돈을 주니까 팔꿈치로 힘겹게 돈을 받았다


미팅해야 할 회사가 다카에서 3시간 떨어진 곳이었다.


도로는 항상 후지고 차도 그지 같다. 매일 기름을 넣는다. 주유소에 적힌 저 빨간 글씨가 이곳이 지옥이라는 표시 같다


다행히 회사가 위치한 동네는 깨끗한 곳이었다


미팅의 성과는 꽤 컸다.

매우 기분이 좋아서 상사한테 연락하고 나를 도와주는 마케팅 직원 Y랑 기획팀 직원 E한테 카톡을 마구 보냈다.


점심시간이라 배가 고팠지만 딱히 먹고 싶은 것은 없었다.

그때 E가 내가 코코넛 좋아했던 거 기억한다면서 차를 세우라고 했다. Robin과 나 그리고 기사까지 전부 내려서 코코넛 하나씩 마셨다.


코코넛을 먹기 위해 급정지했다. 아무 데나 주차해도 딱지도 안 끊는다. 코코넛은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길에서 먼지 뒤집어쓰며 코코넛을 마시는 이 상황이 너무 웃겨서 방글라데시 와서 처음으로 빵 터졌다.

아니, 거의 실성한 웃음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E가 한 가게에 들어가서 천천히 코코넛을 마시라고 했다. 아니 어떻게 남의 가게에 들어가서 음식을 먹나 싶었는데 가게 주인도 그냥 들어오라고 하더라.


전혀 모르는 회사에 들어와서 코코넛을 마시고 있다. 그나마 먼지가 덜 들어와서 기분이 좋아졌다


코코넛을 다 마시고 껍질 속까지 손으로 긁어먹고 있는 E다. 아무리 봐도 50대는 아닌데....


우리는 코코넛을 한 통씩 먹고 다시 차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점심시간이라 강아지도 열심히 밥을 먹고 있네


강아지도 밥을 먹는데 우리가 굶을 수는 없지. 이번엔 태국 레스토랑으로 갔다


수프랑 또 닭고기다. 맛은 있었다. 나는 외국 음식도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이러니 출장을 다니나 보다


계랸 볶음밥에 또 닭튀김이다. 닭은 한국에서 먹던 맛 하고 비슷하다. 망고 주스는 후식으로 마셨다


돌아오는 길은 험난했다.


정체돼서 언제 호텔에 도착할지 모르겠다


저 멀리 도로가 꽉 막혔다. 차를 세울 때마다 구걸하는 사람들이 몰려왔다. 이 아이가 자꾸 문을 두드려서 사진기로 쫓아내는 중이다


기도 시간을 놓친 E는 차 안에서 흥얼거리며 알라신께 기도를 했다.


매일 5번씩 기도하면서 더 기도할 거리가 뭐가 있을까? 매일 같은 기도를 하는 건가?


호텔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욕조로 달려가서 물을 가득 받았다.


이날은 고단했는지 전신욕을 하면서 잠이 들었다. 깨어나 보니 3시간이 지나 있었다


이래 봐도 E와 나는 궁합이 잘 맞다.

우리는 서로 인연이 닿은 것을 행운이라 생각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열일을 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 오래 있다 보니 서로 못 볼 꼴을 보기도 하고, E는 혼자 방귀까지 텄다. 그래도 나는 모든 것을 너그럽게 이해하며 따뜻하게 대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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