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장도로와는 또 다른 덜컹거림을 선사하는 소금사막을 달린 지 몇 시간 째, 하늘인지 땅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평원 저 멀리 나지막한 야산이 눈에 들어온다. 차가 멈추고 소금으로 굳어진 딱딱한 땅에 내려 기지개를 켰다. 발이 빠른 가이드를 따라 부지런히 산을 오른다. 고작 10분이면 정상에 도착하니 산이라고 하기엔 민망하지만 이 곳은 산이 맞다.
해수면보다 100미터 이상 낮은 곳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낮은 화산.
정상에 오르자마자 마주한 비현실적인 모습에 가만히 서 있었다. 숨 쉬기가 곤란할 정도로 노란 유황 가루가 불어오고, 마그마에 달궈진 뜨거운 지하수가 여기저기에서 끓고 분출되는 소리로 요란했다. 해수면보다 낮은 이 곳을 내리쬐는 뜨거운 햇빛과 땅 아래 꿈틀거리는 마그마 사이에서 느끼는 50도가 넘는 더위는, 이런 광경을 보기 위함이라면 견딜만하다.
지구를 뚫고 올라온 유황과 각종 광물들이 지표면의 소금과 만나 비현실적인 모습을 만들어낸다.
여기저기 여행을 하다 보니 자연의 신비함에 압도되는 순간들이 있다. 아르헨티나의 거대한 빙하 절벽이 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떨어져 내릴 때의 경이로움이나 인도 북부에서 처음 은하수를 만났을 때의 신비로움, 케냐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가 만난 긴 기린 행렬이 주는 알 수 없는 존경심 같은 것.
이 곳에서 느낀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떤 괴기스러움과 약간의 공포였을까.
이따금씩 마주하는 자연의 압도적인 모습은
안 그래도 작은 나를 더 작은 존재로 만들지만,
그때마다 마음의 크기만큼은 조금씩 커지기를 바라면서 여행을 계속한다.
<아프리카 말고 에티오피아> 매거진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야기의 활화산과 소금사막에 이어, 이 곳 유황 호수까지 에티오피아 북부에 매켈레에서 투어를 시작한다. 다만, 에티오피아의 이런저런 속사정으로 인한 치안 문제와 여행지 자체가 가진 위험성이 많다는 것을 미리 알았으면 한다. 실제로 활화산 투어를 위해 야간에 산행을 할 때, 가스가 빠져나가 속이 비어 있는 현무암을 밟아서 다친 일행들이 꽤 많았다. 유황 호수 역시 분진이 심하여 마스크가 필요하며, 호수의 물은 보이는 것처럼 굉장히 뜨거워 화상을 입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