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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acehost Feb 11. 2024

살기 위한 도시

구룡마을.성뒤마을_이정옥

오랫동안 말로만 듣던 구룡마을의 첫 기억은 욕망의 끝자락 마침표를 찍는 기분이었다. 오래된 서울이 있는 한양도성 인근에서만 발품을 팔았는데, 강남 지역의 판자촌은 임시적인 비를 막기 위한 판자로 얽혀있는 진짜 판자촌이었다. 이날 젊은 사람들이 연탄봉사 나눔을 하고 있었고 그들이 만든 무리 속에서 차가운 날씨를 면할 수 있었다. 거주민은 산 꼭대기에 사시는 할머니 한분만 스쳤고 옹기종기 붙어있는 집에서는 어떠한 인기척도 느낄 수가 없었다. 문득, 연탄봉사자도 없고 답사친구들도 없이 혼자 있었다면 누가 잡아가도 모를 것 같은 얽기 설기 판자가 만들어낸 복잡한 미로 속으로 들어가기 무서웠을 것이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을 위해 도심개발이 이루어지자 집을 잃은 주민들이 몰려들면서 구룡마을이 만들어졌다. 무허가 판자촌에 전입신고도 할 수 없었지만 2011년 5월 강남구에 신고를 할 수 있게 되면서 1047여 세대가 전입신고를 마쳤다. 아파트 2838가구로 개발될 계획이었으나 현재 용적률을 높여 3600가구가 넘는 대단지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아파트는 집이 아닌 최고의 물건, 돈으로 생각한다. 강남에 위치한 구룡마을에 개발 소식에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2011년 이후 전입신고는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매물을 찾는 사람들이 찾아오고 마을의 집을 매매하려는 시도도 한다. 그래서인지 구룡마을 초입에 그동안의 얼마나 많은 투기꾼들이 왔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현수막들이 경고장을 펄럭거리고 있다. 

제2의 구룡마을이라 불리는 성뒤마을은 우면산을 두고 있으며 두 마을의 탄생과 형성시기는 같다. 성뒤마을은 방배동 565-2 일대 17만9044m2 규모의 토지와 156가구,28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다른 점은 규모가 구룡마을(322,046m2)에 비해 작아서 인지 투기 과열에 빗겨 나 있지만 이곳 역시 개발을 재촉하는 현수막이 줄지어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2017년 서울시 SH공사는 교육과 문화공간으로 친환경 공유 주거환경으로 개발한다고 했으며 1200여 세대의 공동주택이 지어질 계획이라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반값아파트로 토지는 임대료만 내고 건물만 매입하는 방식으로 거주의무기간이 지나면 공공에 환각해 시세차익 70%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2024년도 상반기 사전청약이 시작한다고 하는데 산을 등지고 역세권 사당역에서 멀지 않으니 경쟁률이 얼마나 치열할까. 

한국사회 부동산투기의 시초는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강남 개발부터 시작된다. 강남권 개발은 대규모 택지 개발이라는 시세차익 이라는 한국식 부동산 투기의 원형이 남는다. 故손정목 교수의 '서울 도시개발 이야기' 책에서 당시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이 1970년대 평당 5100원의 가격으로 3년 후 3배인 평당 1만6000원으로 정치자금으로 사용했다고 기술했다. 1960년 이전에는 부동산 투기가 없었다고 한다. 토지는 이용의 대상이었지 투기의 대상이 아니었다. 박정희 정권이 대대적으로 강남개발로 부동산 투기 열풍을 만들고 탐욕의 땅으로 바꿔버린다. 토지에 프리미엄을 붙이고 누구나 누려야 할 가치를 특정 사람만 가져가도록 불평등한 사회를 조장시킨다. 언제까지 부동산 문제로 힘을 들여야 할까. 세상에 가치 있는 것들이 널렸음에도 부동산 투기로 눈을 멀게 하는 짓은 그만두어야 한다. 투기를 벗어난 최소한의 모두를 위한 도시개발 시대를 정부에서 가감하게 만들어 나아가야 한다. 욕망을 잠재우는 마음 편히 살기 좋은 도시, 서울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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