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반영이 노래하는 건,
코 끝에 진하게 닿는 녹음의 향, 일렁이는 물길을 바라보다 물의 반영이 아름다워서 생각에 잠겼다. 잔잔하고 고요하게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날에 더 맑게 보이는 반영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면 너에게서 나를 보던 그런 날들이 스쳐 지나간다. 나와 너는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타자이지만, 우리가 되는 순간은 유사한 조각 하나를 찾아내는 일이 우리가 서로가 될 수 있는 순간이 아닐까.
물에 비친 반영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물을 품고 살아가며 서로의 상을 비춘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의 얼굴에서 나의 지난날을 발견하는 순간, 또 누군가의 입을 통해 듣는 나의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이란 타인을 들여다보고 있으면서도 거울을 보고 있는 것과 같았다. 각자의 물길을 담고서 살아가는 그릇과도 같은 삶, 각자의 몫을 짊어진 항아리에 돌을 던지더라도 그 돌을 던지는 게 흠집을 내는 일들이 아니었으면, 잔잔했던 못에 흔들리는 윤슬과 같이 빛나는 일이었으면 하고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