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렌디피티 Jul 02. 2020

오 샹젤리제, 파리

냄새나고 오만한 도시여도 좋아

그 해 6월, 나는 파리를 다시 한번 방문했다. 처음 파리를 갔을 때에는 매서운 칼바람이 불던 겨울이었는데 따뜻한 파리를 느끼지 못함이 내심 아쉬워 또 가게 된 것이다.


여행에서도 사람의 성격이 묻어 나온다. 내 성격 같은 경우는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것은 최소 두 번은 하거나 두 개는 가져야 직성이 풀린다. 예를 들면, 마치 미래의 행복을 다 끌어다 쓰는 것만 같은 극한의 기쁨을 느꼈던 여행지는 최소 두 번은 가야 삶의 만족이 생기고 핏이 예쁜 옷이나 최애 신발은 깔별로 적어도 두 개는 있어야 심적인 안정이 들며 최애 음식집은 두 번, 아니 질릴 때까지 가야 비로소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태리를  또 가고도 그곳을 잊지 못하고  내 발에 안성맞춤인 최애 구두 페라가모 플랫슈즈를 깔별로 샀으며 물회에 빠저 매일 물회 생각을 하던 최근 몇 달 동안은 집 앞 유명 물회 집을 주 2 회 이상 방문하곤 했다. 그렇다, 나는 원하는 건 가져야 하고 하고 싶은 건 반드시 해야만 두 발 뻗고 자는 사람인 것이다.


그렇게 궁금해하고 느껴보고 싶었던 파리의 여름은 상상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하늘은 파란색 수채화로 예쁘게 칠해 놓은 듯했고, 섬머 브리즈를 즐기며 테라스에서 여유를 즐기는 파리지앵들의 미소 ( 하지만 그들의 길빵은 극혐 한다), 고풍스러운 기운을 마구 뿜어내던 유럽의 건축물들은 ‘아름다운 파리’를 격하게 수식한다.


파리에 도착한 첫날 짐만 풀고 바로 에펠탑으로 달려갔다. 에펠탑과 에펠탑을 한층 더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핑크빛 석양 그리고 세느강은 약 12 시간을 비행기에서 사육당하느라 찌들대로 찌든 나의 육체피로를 가시게 해 주었다. 역시 비주얼이란 이렇게 중요한 것이었다.

가는 길에 많은 흑인 상인들의 호객행위로 손사래를 쳐야 하는 것이 조금 귀찮지만 끝까지 올라가다 보면 이렇게 진귀한 몽마르뜨 언덕과 언덕을 더욱더 기품 있게 만들어 주는 사크레쾨르 성당 그리고 전망대에서  로맨스의 도시 파리를 내려다볼 수 있다. 몽마르뜨에서 느낀 파리지앵 예술가들의 소울은 아직도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저장되어 있다.

파리에는 유명한 박물관들이 많다. 그중에 교과서 단골 미술관인 루브르가 단연 제일 유명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오르세가 더 좋았는데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보편적인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많았기 때문이다. 미알못으로 평생을 살았을지언정 예술 작품들을 쉽게 보고 이해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는 곳이다. 나는 특히 모네, 고흐, 밀레의 작품들을 실제로 내 두 눈으로 보고 나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었다.


세상은 넓고 가야 할 곳은 많다. 가보고 싶은 나라들이 아주 많아 내 인생에서 또 파리를 가볼 날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가볼 기회가 생긴다면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연인과 다정하게 손을 잡고 샹젤리제 거리를 걷고 싶다. 오~샹젤리제를 부르며 이만 잠을 청해야겠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지만 오늘만큼은 내 꿈에 파리에서 선글라스를 머리 위에 꽂고 테라스에 앉아 에스까르고를 먹고 있는 나를 보면 참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카리브해의 보석, 칸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