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거 더 있어?’하고 아이가 묻습니다.
아이의 이 말은, 이 음식 정말 맛있어! 또 먹고 싶은데 더 남아있어? 라고 하는, 엄마의 요리를 향한 최고의 찬사입니다. 입가에 거뭇한 양념을 잔뜩 묻히고 손가락을 쪽쪽 빨며 묻는 이 말은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아직 접시에 남아 있는 음식이 있는데도, 사라져 가는 이 맛난 음식에 대한 아쉬움이 절정에 달하는 것이지요.
'사라짐'의 끝을 향해 가고 있지만, 그것이 혀 끝에 남은 여운이든, 조금 더 탐하고 싶은 욕망이든 간에 어떤 형태로든 아직 조금은 애타는 마음이 남아 더 채우고 싶을 때 우리는 아쉬움을 경험합니다.
사랑이 끝나갈 때도 이와 비슷합니다. 이별을 통보받았거나 이별을 통보했을 때, 아직 조금은 남아있는 사랑이 식어가는 것을 바라보는 마음에는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이별을 했다 해도 사랑이 어떤 시간을 기점으로 ‘뚝’하고 완전히 꺾이지도,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뜨겁게 달궈졌던 사랑이 차가운 과거로 식어가는 걸 바라볼 때, 오히려 그 뜨겁고, 따뜻했던 온기의 기억이 생생해집니다. 얄궂게도 차가움의 끝에서, 그 뜨거움이 강렬해집니다.
그래서 식어갈수록 더 아쉽고, 그리운 것이 사랑인가 봅니다. 그 뜨거움을 떠나보내기에는 아직 남아있는 온기가 느껴지기에, 사랑 뒤에 오는 아쉬움은 사랑 그 자체보다 더 클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아쉬움은 '찬사를 보낼만한 사랑이 거기에 있었다'는 흔적 위를 끄적이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