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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티제빅 Nov 20. 2022

월드컵이 언제 시작하더라

2022 카타르 월드컵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어렸을 적에는 축구선수가 꿈이었어서 매일 축구공을 들고 등교하며, 수업 시작 전 시간뿐 아니라 매 쉬는 시간, 점심시간, 수업을 모두 마친 후까지 하루 종일 운동장에서 축구를 즐겼다. 다른 건 몰라도 축구에 대해서 만큼은 거의 광신도 급으로 미쳐있었고, 세계적인 축구 축제인 월드컵은 항상 손꼽아 기다리던 행사였다.


특히 월드컵을 실시하는 해에는 집 안에 있는 달력이란 달력에는 모두 개회식 일자와 대한민국의 경기 일정을 메모해 두고, 마치 경기 분석 코치라도 되듯이 상대 국가의 소속 선수와 전략들을 분석하며, 우리나라가 그 나라들을 이기려면 어떤 선수를 기용해야 하고, 어떤 포메이션으로 나가야 승리할 가능성이 커지는지 종이에 마구 낙서를 하곤 했다. 


출처 : Pixabay


오늘은 2022년 11월 20일 일요일, 주말이라 아들과 함께 새로 산 '감옥 탈출' 보드게임을 하며 다소 힘들지만 신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어 같이 점심식사를 뚝딱 해치우고 아들이 만화를 보기 위해 TV 앞에 앉은 틈을 타 노트북을 잠시 열었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월드컵이 언제 시작하더라. 올해 한다고 했는데, 지금 벌써 11월인데...


갑자기 궁금해진 월드컵 기간을 확인하고자 얼른 인터넷 포털 창을 열어 '2022 카타르 월드컵'을 검색창에 적고 엔터키를 힘차게 내려쳤다. 그런데... 음... 내일?? 월드컵 시작일이 바로 내일이었다.


강화도 여행 때 아내가 찍어 준 사진


내가 월드컵 시작일을 모르고 지금 이 날짜까지 한 해를 보내왔다는 사실에 다소 놀라 잠시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만큼 정신없이 일과 가정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시간을 보내왔던 것 같기도 하다. 한편으로 이제 나의 관심 영역에서 월드컵이라는 행사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이벤트가 되어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그것을 모두 대체하고도 남을 소중한 무언가가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나와 같은 아빠들이 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월드컵 정보가 요약된 이미지를 하나 구해왔다.)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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