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나는 아내와 6살짜리 아들을 둔 남편이자 아빠다. 어렸을 적에는 그리 부유하지 못한 생활환경에 근검절약이 몸에 베이신 부모님 밑에 자라면서 대부분의 먹거리는 사당~이수 쪽의 시장 골목이나 방배동의 방림시장에서 조달되었고, 부모님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시는 모습은 자주 보기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그때는 '유기농, 동물복지, 무항생제'와 같은 단어는 들어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집에서 먹는 음식은 그래도 일반적인 식단이었지만, 시장 근처로 나가면 온갖 인스턴트식품들을 닥치는 대로 먹으며 다녔던 잡식성 청년이었기에, 먹는 음식에 대한 위생이나 품질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며 살아왔던 것 같다.
식단의 품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한 때는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겼을 때부터였다. 아내는 나와 달리 음식의 맛과 품질 중에 하나를 고르라 한다면, 품질을 고르는 사람이었고, 비용과 품질 중에 하나를 고르라 해도 품질을 고르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구매하는 모든 식재료는 '유기농, 동물복지, 무항생제'이어야만 했고, 특히 아들에게 주는 음식을 만들기 위한 식재료에는 이 3가지가 필수 전제조건이었다.
먹거리의 퀄리티에 신경을 많이 쓰는 아내는 평소에도 내가 알던 식자재 비용에 비해 고가의 식품을 구매하곤 했는데, 지금과 같이 물가 상승이 심화되는 시기가 되니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게 다가오는 상황이라, 한 푼이라도 지출을 줄여보고자 하는 마음에 내가 먹는 식재료라도 '무기농, 고항생제' 식품으로 저렴하게 준비를 해달라고 요청을 해보았는데, 알고 보니 내가 먹는 식재료는 원래 유기농, 무항생제 식품이 아니었던 것 같다.
가끔은 와이프와 유기농, 동물복지, 무항생제 식품의 필수성에 대한 논쟁을 하기도 한다. 나는 당연히 '꼭 그런 좋은 음식을 먹지 않아도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다.'는 쪽이고, 아내는 '가족(특히 아들)이 먹는 음식을 어떻게 좋지 않은 식자재로 준비할 수 있는가, 비싸더라도 좋은 식자재를 사야 한다'는 쪽이다.
결론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예측할 수 있듯이 언제나 아내의 승리로 끝난다. 가족(특히 아들)의 건강과 성장을 생각하여 좋은 식자재를 써야 한다는 논리는 다른 무엇으로도 이길 수 없고, 냉정하게 다시 생각해 보아도 '비용'이라는 가치보다 '건강'이라는 가치가 더 크기 때문이다.
오늘 낮에 문득 은행에서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주담대 대출금리를 6.4%로 인상한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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