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관료제에 분노를 느끼는 이유
먼저 이 글은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 공격적일 수 있는 글이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누가 뭐라고 하든 내 생각을 써 보려고 한다. 먼저 말하자면 이 글은 정부나 공무원을 비판하는 글이다. 나의 부모님 뿐 아니라 친척들, 친구들도 공무원으로나 공기업 등에 많이 근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비판하는 이유는 변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자본주의와 작은 정부를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극단적인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미국은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기업들과 경제력을 가지고 있긴 해도 지역별 격차나 빈부 격차가 매우 심하기 때문에 그게 답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나의 의견과 다른 의견들도 중요하기에,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책들도 많이 읽어 보았다. 많은 부분 수긍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실에 와 닿는 공무원들의 큰 문제점이 하나 있다.
바로 "비효율" 이다.
사실 비효율은 공공 영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민간 영역에서도 이 문제는 심각하다.
많은 뉴스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문제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원인은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있다. 체계적인 프로세스와 효율성에 목숨걸며, 생산성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 하루 하루 최선을 다했던 사람들이 보기에 아직도 카카오톡으로 일처리를 진행하고 제대로 된 생산성 툴 하나 쓸 줄 모르는 중소기업들이 매출이 낮고 연봉이 낮은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세상의 당연한 이치를 정부가 나서거나 이념을 내세우며 바꾸려고 해 봐야 부작용만 있을 뿐이다. 결국 비효율 문제를 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많은 뉴스에서 대기업의 횡포를 이야기하지만, 대기업보다 뛰어난 프로세스를 갖춘 스타트업들도 많고, 그런 기업들이 대기업들과의 경쟁에서도 이기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시장의 당연한 원리이다.
예전에 뉴스에서 카이스트 출신으로 공익으로 근무하던 반병현씨가 6개월 걸리는 작업을 30분만에 했다는 것을 보았다. 해당 내용은 브런치에도 잘 나와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포상도 받고 청와대나 고용노동부도 갔다고 한다. 이 뉴스를 보고 사람들은 "대단한 청년일세" 라고 말 할 것이다. 근데 나는 분노를 느꼈다.
내가 저 사람에게 분노를 느낀게 아니다. 나도 효율적으로 일을 잘 처리한 똑똑한 청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분노를 느낀 지점은, 저 청년같은 사람이 없다면 30분만에 끝날 일을 6개월 동안 할 것이었다는 점이다. 내가 낸 세금을 저렇게 쓴다고? 납세자들이 피땀흘려 번 돈을 이렇게 낭비한다고? 인간의 무한한 창의성을 저런 잡무에 몇개월이나 날린다고? 정말 분노를 금치 않을 수 없다.
정부 시스템을 사용할 때마다 항상 욕이 나오는데, 정부의 SW 개발 과정을 보면 문제 투성이라는 걸 알 수 있고 많은 언론 등에서도 이를 지적하지만 변하는것은 없다. 뛰어난 개발자 몇명만 있어도 수 많은 공무원들의 반복업무와 쓸데없는 일들을 어마어마하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걸 안하는 것일까? 못하는 것일까? 실업자가 늘어날까바 효율화 하지 않는 것일까? 세금을 열심히 걷어서 마구 뿌리면 내수가 활성화 되고 재분배 기능이 있으니 그걸 노리는 것일까? 그렇다면 멍청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이렇게 세금을 낭비하고, 인간의 창의성을 낭비하는 것은 무능이 아니라 죄악이다.
가끔 한번씩 정부기관과 일을 하거나 주변 사람들이 정부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충격을 먹을 정도로 비효율적인 경우가 많았다. 물론 공무원들도 효율적인 프로세스 도입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문제는, 그들 자체가 그에 관한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실력은 없으면서 말로만 현혹할 뿐인 엉망인 컨설턴트나 외주업체에 시민들의 혈세를 무진장 낭비한다는 것이다.
물론 필요한 공무원들도 많다. 경찰, 소방관, 군인, 보건소, 교통 인프라 등등 관련 등 정말 많이 필요한 분야이고 이런 부분에서는 항상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해외를 다니다보면 우리나라는 그나마 공공시스템이 효율적이고 좋은 편이라고 느끼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반드시 민간이 아닌 공공 영역에 맡겨야 하는 분야들도 있다. 하지만 많은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비효율이 만연한 일처리를 몇십년간 당연하게 하고 있다. 이것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서 강제적으로라도 혁신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뇌와 관련된 책을 읽어보면 공무원이나 소위 "꼰대" 로 불리는 단체, 기업, 사람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편한 상태인 "컴포트 존"을 벗어나지 않고 계속해서 머물러 있으면, 한번 익힌 것을 그냥 편하게 써먹기만 하면 뇌기능이 저하된다. 즉 바보가 된다는 말이다.
힘들더라도 계속해서 컴포트 존을 벗어나려는 의식적인 노력, 피드백을 통해서만 실력과 스킬을 늘릴 수 있고, 그것이 쌓이면 그 분야 최고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이론이 "1만 시간의 법칙" 이다. 근데 대부분의 공무원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물론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윗사람 눈치보기, 정권 바뀔 때 마다 엉망진창으로 바뀌는 정책들, 누군가 나서서 혁신해 보려고 해도 전혀 통하지 않는 경직된 조직문화 등 문제가 한두개가 아니다. 근데 이것은 바뀌어야만 한다. 민간 기업은 시장에서 모든 것을 아주 냉정하게 평가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능력없는 기업은 도태되고, 살아남은 기업은 계속해서 더 발전해 나가게 된다. 근데 공무원은? 전혀 아무런 피드백도 없고 발전도 없다. 아주 약간의 개선이 조금씩 있겠지만 민간 분야에 비하면 의미 없는 개선이며, 그저 정권 바뀔 때 마다 자리를 보전하는 걸 최선의 목표로 여기고 있다. 정말 한심할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욕하고 싫어하겠지만 현실을 직시하길. 변화와 혁신이 없다면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