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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썬 Oct 29. 2022

직장인의 369 위기설

회사와 퇴사, 아직도 그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는..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흔히 3, 6, 9년 차에 위기가 온다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어봤을 것이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는 정말 369년 차만 조심하면 되는 줄 알았다. 아니다. 369는 연차가 아니라 개월일 수도, 주 일 수도, 심지어 분 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다시 말해, 이런 명언이 대물림되어 MZ 세대 직장인까지 내려온다는 것은 결국 신입으로 입사를 하고 나서 한 직장에서 최소 3년은 일을 해야 위기든 뭐든 올만한 시간이라는 사회의 암묵적인 합의가 바탕이 되어 있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입사를 하기 전부터, 그리고 입사를 하고 나서도 선배들에게 정말 많이 들었던 말이다. 일단 3년은 버텨라. 3년 차가 되면 좋은 이직 제안이 많이 들어올 거다. 한 직장에서 3년도 못 채우고 이직을 하게 되면 아깝지 않냐. 취업 시장에서 잦은 이직은 전혀 득이 될 것이 없다. 아니, 정말 퇴사하고 싶은 순간이 하루 걸러 하루 찾아오는 날들의 연속인데? 매일매일 퇴사라는 단어를 살고 사는데 아직도 나에게 남은 시간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믿고 싶지가 않아진다.


이런 상황이 되니 의구심이 든다. 정말… 최소 3년은 버텨야 하는 건가? 출근을 하면 집에 가고 싶고, 마음 졸이며 일을 해야 되는 이곳. 하루의 꼬박 10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이곳에서 내 20대를 떠나보내야 한다고? 차라리 그 시간에 나를 더 알아볼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해보는 게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인생은 길고 내가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짧을 텐데 언제까지나 회사에 의존할 수는 없으니까. 회사를 나온 뒤에도, 혹은 회사를 다니면서도 나만 할 수 있는 나만의 전문성을 확실히 쌓아야 되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거 회사를 다니면서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냐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어느 정도 공감은 하지만 결국 물리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평일 오전과 오후는 모두 회사에서 보내고 나에게 남는 시간은 평일 저녁과 주말, 과연 그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새로운 도전들을 해볼 수 있을까가 의문이다.


정말 더 솔직하게 말하면 잘해봤자 내 이름 하나 남지 않는 곳에서 회사를 위한 일을 하면서 상사에게 뒷담화를 까일까 봐, 같이 일하는 다른 사람이 나를 안 좋게 생각하게 될까 봐 마음 졸이면서 일을 하는 것이 지친다. 체계가 없는 곳에서, 정리가 안 되는 상사 밑에서, 잘한 것에 대한 칭찬 대신 끊임없이 무언가를 빠르게 요구하는 이곳에서 일은 배울 수 있겠지만 한 명의 인간으로서 자아가 채워지지 않는다. 결국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들로 이루어져 오랜 기간 동일한 일의 방식을 고집했던 회사에서는 결국 변하는 것을 아무것도 없을 거라는 점이 희망을 잃게 만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회사를 놓지 못하는 것은 안정성과 커리어에 대한 불안함 때문일 것이다. 정해진 월급이 정해진 날짜마다 내 통장에 꽂힌다는 그 안정감, 그리고 중간에 회사를 떠나게 된다면 커리어가 끊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그러한 복합적이고도 현실적인 걱정들이 결국 나를 아직까지 묶어두고 있는 것 같다. 생각도 많고 무엇인가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는 것도 깨닫고 있지만 결국 나는 아무것도 결단을 내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그 뒤에는 나에 대한 확신이 아직 없다는 것도 한몫하지 않을까. 내가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나만의 일을 찾을 수 있고 즐겁게 살아갈 확신이 있다면 퇴사라는 선택지를 고르는 게 훨씬 더 쉽지 않았을까. 나에 대한 확신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지금의 생각은 작은 것이라도 내가 만족할 만한 것들에 대한 경험을 쌓아가는 것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내가 언제 확신을 얻게 될지, 그리고 그 확신이 퇴사를 선택하는 용기를 불러일으킬지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뭐 어쩌겠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지. 생각은 많고 확신은 없는 2년 차 직장인은 또 그렇게 하루하루, 일주일을 회사에 출근하며 살아간다. 사직서를 가슴 한편에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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