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가 노만 66
신록의 향기를 뿜는 플로라
-쟈크리이느·사사르- (1962)
바야흐로 인기 절정에서, 모든 젊은이들의 가슴 깊이 새겨진 그녀의 청신한 매력...... 꽃의 여신 플로라를 방불케도 한다.
노 만
불란서 영화계처럼 신인 배출이 많은 곳도 없다. 신진대사가 심한 나라다. 웬만한 기성 배우들은 곧 신인들에 의하여 밀려나야만 할 운명에 서게 마련이다. 이 신인들의 활약은 눈부실 만한 것으로, 부리짓트·바르도와 같은 신인 배우는 얼마 후에 곧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또한 최근 불란서 신진 감독들에 의하여 일어나고 있는 ‘누우벨·버어그’ 운동은 오늘날 세계의 주목을 이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영화계에 영향을 주고 있는 형편이다.
이렇게 불란서의 신인들은 ‘새로운 것’을 들고 나타나고 있다.
쟈크리이느.사사르는 불란서 배우이면서도 외국인(이탤리인)에 의하여 발견되어 성공한 이례적인 존재다. 그녀는 이국적인 매력을 지닌 색다른 여배우다. 나이도 이제 불과 20세의 약관 ---.
클래씩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이 뒤섞인 후랫쉬한 매력의 소유자며, 싱싱한 신록(新綠)의 향기를 발산하는 색다른 요정(妖精)이다. 그녀의 출연 작품, <아가씨, 손길을 부드럽게>, <애정이 싹틀 무렵>, <삼월생(三月生)>이 이미 공개되어 젊은이의 가슴에 깊은 인상을 주었고, 그녀의 매력에 매혹되게 하였다.
밤색의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눈물이 글성이는 듯한 다아크·부라운의 큰 눈동자는, 아직 애 띤 듯 하면서도 어딘가 성숙한 여성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아무런 꾸밈이 없는 그녀의 순박한 모습은, 그것이 오히려 우리들에게 착잡(錯雜)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약간 틈이 벌어진 앞니를 들어 내놓고 웃음지을 때는 더욱 우리들(관객)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베니스의 시(詩)」
건강이 좋지 못한 몸으로, 맑은 눈동자 속에 소녀의 꿈을 담뿍 지녔던 그녀는 지중해 연안의 작은 돗에서 어머니와 둘이 휴양을 하고 있었다. 이때 그녀는 알프렛드·뮷세의 시(詩), 「베니스의 시(詩)」에 그녀의 꿈과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면서 정열을 불태운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녀는 또 뮷세의 시만을 사랑하는 소녀가 아니었다. 스탕달의 작품을 좋아했으며 특히 『적과 흑』의 주인공 ‘쥬리앙·쏘레르’는 그녀가 동경하는 남성상이기도 했다. 이러는 한편 그 당시 발표된 싸강의 처녀작, 『슬픔이여, 안녕』을 읽고 완전히 매혹당하였다. 그리하여 싸강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쎄실에게서 그녀 자신을 발견할 만큼 공감하여 버린 일도 있었다.
이러한 사사르가 1956년 깐느영화제에 갔다가, 마침 그때 그곳에 참석했던 미국의 감독 옷토·프레밍가의 인정을 받아 <슬픔이여, 안녕>의 쎄실 역으로 내정되었었다. 이때 그녀의 기쁨이란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영어를 모른다는 데서 실격하여 버리고 말았다. 그녀의 실망과 슬픔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그 후 곧 영어를 배웠고, 그리하여 오늘날에는 영어도 잘하는 배우가 되었다.
이때 그녀는 쌀·포올·드·봔스의 화가들과 친하였다. 이들 화가들은 이미 그녀의 미(美)를 발견하여 그녀를 극진히 아껴주었고 한편 그녀는 때때로 이 화가들 앞에서 여러 가지 포오즈를 취해 주며 화가들에게 훌륭한 영감을 불러일으켜주는 ‘예술의 요정’이기도 했다. 이 ‘예술의 요정’이란 말은 그 화기들이 즐겨 그녀를 가리켜 불러주던 말이었다.
그 후 그녀가 처음 <애정이 싹틀 무렵>에 주연으로 발탁되었을 때 이를 진정으로 기뻐하고 축복해준 사람도 바로 이들 화가들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예술적인 분위기 속에서 성장해왔던 것이다.
(잡지 여원 1962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