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서부 오지를 향해서
[Coyote Gulch 첫번째 이야기] 카요리걸치 Utah, USA.
" 거대한 암석에 둘러싸여 붉은 모래 언덕을 내려간다. 건조한 모래언덕 속에서도 생명의 뿌리를 내린 이름 모를 새하얀 꽃과 은은하게 맡을 수 있는 세이지 냄새. 그리고 불타는 구름을 만들어내는 석양. 여기까지 어떻게 내가 닿을 수 있었을까. 나는 울 수밖에 없었다. "
협곡의 모습2019.06.06 ~ 2019.06.10
Coyote Gulch, UT [ Jieun With Jeremy , Kelson , Calvin ]
1. 짐 꾸리기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친구들이 앞다퉈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다는 카요리걸치(가요리걸치, 코요테걸치, Coyote gulch). 국내 검색사이트에 아무리 검색을 해도 정말 정보가 극히 없었던 그곳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고, 우리는 바로 가기로 결정했다. 백팩킹, 캠핑에서 가장 중요한 짐 싸기. 며칠 동안 계속해서 가방을 메고 다녀야 하기에 식량도 최소화, 옷도 최소하 하여 가방을 꾸렸다. 식량으로 우리가 가져간 것은 분말형으로 나온 매쉬포테이토와 신라면, 칠리 캔, 참치, 오트밀 정도로 가볍고 간편한 식들로 챙겨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워터 필터와 물 여러 병. (40도가 넘는 덥고 건조한 날씨에다 강렬한 햇빛 때문에 물을 자주 마시게 되며, 물을 10병 정도 챙겨갔지만 당연히 동나게 되었고, 워터 필터를 사용하여 물을 그때그때 정수하여 마셨다.) 또한 캠핑을 해야 하기에 침낭과 텐트, 에어매트리스 (얇은 것, 입으로 불어서 사용 가능), 플래시 라이트를 챙겼다. 마지막으로 물이 흐르는 곳을 걸어야 하므로 크록스도 챙겨갔다.
2. 드라이빙
유타주에 있는 작은 도시 세인트 조지에서 카요리 걸치 근처, 차가 최대로 갈 수 있는 곳까지 5-6시간 정도 걸렸다, 중간중간 시더시티(ceder city), 브라이스 캐년 (brace cayon)을 지나갔다. 그곳으로 운전하여 가는 길 자체도 아름답고 예뻤다. 사막인데 눈이 덮인 산을 지나야 하며, 브라이스 캐년의 멋진 풍경도 지나가야 한다. 그리고 초록빛으로 펼쳐진 평야(Meadow). 그리고 마지막은 비포장 도로로 1시간~ 1시간 30분 정도를 달려야 나온다.(덜컹덩컹) 특히나 그 비포장 도로는 모래바닥이기 때문에 4륜 구동의 자동차가 아니면 모래 속으로 빠지기 쉬우며 한번 빠지게 되면 빠져나가기 힘들다. SUV 이상의 힘이 있는 자동차를 이용해야 한다. 특히 일반 전륜. 후륜의 오로지 바퀴 2개 만을 사용하는 자동차는 90% 이상 빠지며, 우리가 운전하여 가는 동안에 모래에 빠진 차량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곳은 미국인들에게도 생소한 (물론 요즘은 백패커들에게 유명세를 타고 있다) 곳이라서 도움을 구하기도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꼭 four wheel drive or all wheel drive의 자동차를 이용해야 한다.
3. 주차
주차를 하면 이렇게 안내판이 보인다.그렇게 비포장 모래길을 달리다 보면 몇몇 자동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곳이 나온다. 사실 제레미의 말에 따르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말 오지고 알려지지 않아서 어드벤처를 좋아하고 모험심 많은 사람들이 찾는 비밀의 곳 중 하나였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땐 10대 정도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는데, 제레미가 여태껏 본 것 중에서 가장 많이 주차되어 있었다고 했다. 그만큼 이곳의 아름다움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각종 SNS 특히 사진작가들, 어드벤처 사진작가들에게 퍼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이곳의 멋진 자연이 퍼지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오는 길이 다른 국립공원들이나 자연들에 비해 조금은 어렵다 보니 당연히 한국에서는 그 정보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4. 협곡을 향해
우리는 주차를 오후 7시쯤 했다.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까지 2시간 30분 정도 남은 시간이었다. 다소 늦은 시간에 서둘러서 협곡으로 향했다. 협곡으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모래길과 암석 길을 약 1시간 정도 걸어야 한다. 사실 말이 길이지 눈에 띄는 트레일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모래길에서는 이전에 걸어간 사람들의 발자국을 보고 따라갈 수 있지만 암석으로 바닥이 변하면 트레일이 아예 사라진다고 해도 무방하다. 모래길을 걷는 것은 정말이지 지옥이다. 발이 푹 빠지는 모래길, 그나마 내려가거나 평지여서 다행이었다. 또 날씨도 얕은 비가 내렸다가 혹은 비가 그치면 구름이 많은 상태로 유지되어서 강렬한 태양빛 없이 걸을 수 있었다.
이렇게 계속 모래길을 우선 계속 걷다가 보면 어느 순간부터 바닥이 딱딱한 암석으로 변한다. 그러면 정말 걷기 편해진다.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그리고 카 요리(코요테) 걸 치로 다 와가나 하는 설렘으로 더욱 힘차게 걸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암석 길을 걸으면 드디어 협곡이 보이기 시작한다.
석양과 함께 보이는 협곡의 어마어마함은 그 어느 협곡과 견줘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협곡의 절벽을 따라서 걷고 걷다 보면 그나마 사람이 내려갈만하지 않을까 하는 절벽이 나온다. 우리 넷은 로프를 이용하여 조심스럽게 짐을 내리고, 사람이 내려가고, 또 사람이 내려가면 짐 먼저 받아주고, 서로를 도와주고 하면서 이 절벽을 조금씩 내려가게 된다. 절벽을 내려가면 엄청난 모래 언덕이다. 다행히 거의 다 내리막길이다. 절벽 위에서 아래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보니 부담 없이 내려갈 수 있었다.
가면서 보이는 아치 모양의 거대한 암석, 이유는 모르겠지만 제레미는 스티븐 아치라고 한다 했다. 스티븐 아치를 기준으로 삼아서 내려가면서 이 거대한 암석에 둘러싸인 나 자신을 보자니 눈물이 안 날 수가 없었다. 한국에 서 가까운 곳으로 해외여행 몇 번 하며 돌아다녔지만 이렇게 거대한 암석이 주는 장엄함 속에 내던져 진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떻게 저렇게 선명하게 하얀 꽃이 모래 속에서 당당하게 자리 잡고 펴낼 수 있었을까, 그리고 또 세이지의 냄새는 왜 이렇게 은은하게 내 손 가득 퍼질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이 감사했다.
이렇게 모래 산을 계속해서 내려가다 보면 계곡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는 계곡을 우리의 오른편에 두고 계속해서 직진했다. 깜깜해지기 전에 어서 캠핑 스폿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미 어두워질 대로 어두워졌고, 우리는 플래시 라이트를 켜고 이동했다. 나름 고어텍스 신발을 신고 갔지만 물이 흐르는 모래 바닥을 계속 걸어야 했으므로 소용이 없었다. 신발이 젖는 건 그 무엇보다 싫었던 나는 그냥 신발을 벗어 가방에 묶었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걷다가 10pm쯤 돼서 암석을 지붕 삼을 수 있고, 조금만 오른편으로 걸으면 얕은 물이 흐르는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