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ventureJIEUN Aug 28. 2019

높이 105m, 둘레 12m. 나무가 이렇게나 크다고?

[Redwood National Park 첫 번째 이야기] 레드우드,CA

 " 내가 만약 개미라면 세상의 모든 나무가 이렇게 보일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은 다른 국립공원들 보다 딱 이 레드우드 국립공원에 적합하다. 직접 보지 않고서는 레드우드에 둘러싸인 기분을 결코 모를 것이다. 끝이 없이 하늘로 솟아오른 높이와 엄청난 둘레는 숲 속의 모든 존재를 압도했다. 천년이 넘은 거대한 나무가 주는 자연의 경이로움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

아침에 눈뜨자마자 보인 레드우드. 그위에 올라간 내 모습과 차량을  비교하면 얼마나 큰지 실감이 난다.

2019.07.04 ~ 2019.07.07 

Redwood National and State Park, CA


1. 짐 꾸리기 & 드라이빙

 아무래도 미국의 북쪽에 해당하다 보니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였다. 추위를 잘 타는 편인 나는 낮에도 긴팔과 긴바지를 입고 돌아다녔다. 밤이 되면 기모로 된 긴팔 후드를 입었다. 국립공원이라서 캠핑장이 잘 발달되어 있고, 중간중간 슈퍼마켓도 있어서 코요테 걸치마냥 모든 걸 바리바리 싸들고 가지 않았다. 다만 자주 슈퍼마켓에 가는 것이 불편하니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가득 넣어 음료와 식재료를 챙겼다. 핫도그와 달걀, 야채 등을 챙겼고 파이어 우드도 구입했다. 또한 작은 마을들을 지나치게 되니까 점심 같은 경우에는 만들어 먹기보다는 마을의 작은 식당에 들려서 해결했다. 신발은 편한 운동화를 챙겼고, 캠핑장에서 가볍게 신고 돌아다닐 슬리퍼도 챙겼다. 우리의 경우 레드우드 국립공원을 가기 위해 새크라멘토행 비행기를 탔으며, 그 후 차를 렌트하여 레드우드까지 이동했다. 새크라멘토에서 레드우드 국립공원까지는 약 6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쉬지 않고 운전하는 경우).


2. 눈을 뜨니 보인 거대한 뿌리

 새크라멘토에서 오후 4시쯤 출발해 중간중간 내려서 쉬면서 가다 보니 레드우드에 다 와갈 때 쯤되니 어둡고 피곤했다. 레드우드 국립공원 비지터센터(visiter center)까지 약 1시간 정도 남은 거리에서 우리는 캠핑장을 찾아 잠을 청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전화나 방문한 캠핑장 모두 만석이었고 시계는 11시를 훌쩍 넘어 자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 어떤 캠핑장도 우리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오전부터 집에서 라스베이거스로 2시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새크라멘토로 이동, 새크라멘토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운전과 이동의 연속이라 엄청나게 피곤했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숲 속 길 한복판에서 갓길로 들어갔고, 갓길 옆에 숲 쪽으로 차를 안전하게 세우고 차 안에서 부득이하게 참을 청했다. 그러고 아침에 눈을 떠보니, 세상에. 주변이 온통 레드우드였다. 알고 보니 우리가 레드우드 국립공원 전에 있는 훔볼트 레드우드 주립공원(Humboldt Redwoods State Park) 한복판이었다.

아침이 밝자 눈앞에 보여진 쓰러진 레드우드

한밤중에 운전하면서 양옆의 나무가 어마 무시하게 크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 레드우드였던 것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그냥 숲 속을 통과하는 도로 옆에 차를 대고 잠을 자버린 것이다. 밤이어서 주변의 나무들을 신경 쓸 겨를도 없었고 보이지도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눈을 뜨자마자 레드우드를 접하게 되었다. 처음 본 레드우드는 굉장했다. 특히 차 바로 앞에 있었던 쓰러진 레드우드의 모습은 가히 놀라웠다. 뿌리째 뽑혀서 박혀있던 뿌리를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거대한 레드우드를 보잖이 내가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두께가 차보다도 두꺼웠으며 실로 엄청난 크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카메라로 최대한 담아보려고 해도 잘 담아지지가 않았다. 레드우드만 찍으면 그 엄청난 크기가 나오지 않는다. 사람이나 차등 비교할 만한 대상이 근처에 있으면 그나마 그 나무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3. 훔볼트 레드우드 주립공원(Humboldt Redwoods State Park)

 우리의 주 목적지인 레드우드 국립공원에 가기 전에 맛보기로 훔볼트 레드우드 주립공원을 하이킹하기로 했다. 사실 사람들이 대부분 레드우드 국립공원에 가다 보니, 똑같은 레드우드가 있지만 이곳은 비교적 한산하고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가까운 트레일에 주차를 하고 우리는 우선 아침을 만들었다. 아침으로는 샌드위치를 만

레드우드 틈 속으로

들었다. 샌드위치는 내가 캠핑을 하면서 자주 해 먹는 음식 중에 하나이다. 간편하고 만들기도 쉽기 때문이다. 햄, 칠면조, 페퍼잭 치즈 등과 그레인 머스터드, 양상추, 양파 등을 함께 빵속에 넣어 먹으면 쉬우면서도 맛있는 샌드위치가 금방 완성된다. 그렇게 만든 샌드위치와 물병 하나를 챙겨 가벼운 숲 속 길 산책을 나섰다. 길을 따라서 가니 이곳에서 큰 나무 중 하나인 founder tree가 눈앞에 보였다. 그 나무는 무려 높이가 346.1 FT ,  둘레 40 FT,  직경 12.7FT에 달했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친숙한 m로 환산하면 높이가 105.49m, 둘레가  12.19m, 직경이 3.87m에 달한다는 것이다. 실로 거대한 나무가 아닐 수가 없다. 그 나무 앞에는 벤치가 있는데 그곳에서 어떤 중년의 남자가 노트북을 꺼내서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러더니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먼저 말을 걸어왔다. 낯선 곳에서 만난 친절이었다. 잠깐의 포토타임을 가지고 우리는 작은 대화를 나눴다. 그 사람은 본인을 작가라고 소개했으며 이 근처에 살며 가끔씩 이곳으로 와서 글을 쓴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이곳이 얼마나 아름답고 멋있는지, 얼마나 감동받았는지를 설명했다. 그러자 그 남자는 우리에게 좋은 스폿이 있다며 알려주었다. 이렇게 잠깐의 낯선 대화를 마치고 우리는 하이킹을 계속 이어 나갔다. 하이킹을 하는 내내 엄청난 크기의 나무들에 압도당했다. 여기저기 쓰러진 레드우드도 있었고, 길을 막기에 레드우드 중간을 잘라낸 것도 있었다. 쓰러진 레드우드 위를 올라가는 것도 담벼락을 넘어가는 것 마냥 힘이 들었다. 또 그 뿌리는 얼마나 큰지, 그 뿌리가 땅속에 박혀있었다고 생각하면 신기할 따름이었다. 최소 천

훔볼트 레드우드 주립공원

년은 넘게 이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을 레드우드를 보고 있자니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레드우드는 변함없이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레드우드 관점에서 우리를 바라보면 얼마나 작은 존재 일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다녔을까, 레드우드는 그런 인간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매거진의 이전글 모래언덕만큼 힘든 길은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