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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ventureJIEUN Aug 23. 2019

모래언덕만큼 힘든 길은 없다.

[Coyote Gulch 세 번째 이야기] 카요리걸치 Utah, USA.

 " 하루 중 가장 덥다는 2-3시 사이. 우리는 멍청하게도 그 시간에 그늘막 하나 없는 모래언덕을 오르기 시작했고, 지독하게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녹아내렸다. 말없이 열 걸음 정도 걷고 멈추고를 반복하면서 눈빛으로 서로를 확인했다. 모래언덕에서는 마치 일분이 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마무리한 캠핑의 마침표는 벅찬 감동으로 온몸을 뒤엎었고 땀도 내 온몸을 뒤덮었다."

모래언덕을 오르다 뒤를 돌면 보이는 풍경

2019.06.06 ~ 2019.06.10 

Coyote Gulch, UT [ Jieun With Jeremy , Kelson , Calvin ]


1. 자다가 깨면

 첫날의 설렘과는 달리 백패킹을 하다 보면, 지져지는 듯한 태양 아래에서 몇 시간이고 내내 걸어야 하는 강행군이기 때문에 밤이 되면 바로 잠에 든다. 한낮의 열기가 가라앉은 서늘한 모래 위를 맨발로 다니며 저녁을 만들어 먹고 약간의 담소를 나누면 우리 모두는 약속이나 한 듯이 조용히 자신의 텐트로 들어가 잠들어 버리곤 한다. 마지막 날 밤이어서 였을까, 그날 밤도 역시나 곯아떨어졌으나 나도 모르게 자꾸 깨고 말았다. 모두가 잠든 정말 새카맣게 변해 버린 어둠 속에서 내 눈만 번쩍 떠 있는 느낌이었다. 텐트를 비비고 나왔다. 바위 아래에 텐트를 자리 잡에서 몰랐던 쏟아지는 별들이 내 머리 위에 한 가득 차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나 수없이 많은 별을 놓쳤었다는 말인가. 좁은 시야로 내 피곤에만 신경 쓰여 밤하늘 유심하게 쳐다보지 못했던가.  정말 칡흑 같이 어두운 밤에, 달도 없는 그 하늘 위로 별들이 빼곡하게 차 있었다. 누구든 시골에 가면 별이 수없이 많다고들 하겠지만 여기는 시골보다도 별이 쏟아지게 많았다. 그냥 서서 고개를 쳐들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내게 당장이라도 좋은 카메라가 있었다면 그 하늘을 사진 속으로 고이 담아가고 싶었지만, 내 손에는 아이폰으로는 감히 그 별들을 담아내지 못했다. 담아내도 그 쏟아지는 느낌이 담아지지가 않았다.


2. 거친 물살에 가로막히다

 그렇게 별이 가득한 하늘 감상을 마치고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날이었다. 새로운 길로 우리의 걸음을 옮겼다. 가면서 만나는 날파리들이 다리에 붙어서 물어뜯기 시작했다. 이곳을 백패킹 하는 내내 성가시게 만드는 존재였다. 레깅스를 입어도 레깅스 위에 달라붙어 물어 버린다. 모두들 stupid fly 하면서 털어내면서 계속 길을 걸었다. 길을 걸으며 작은 폭포도 만났고 기암괴석들도 지나갔다. 어쩌다 사람이라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며 안부를 묻기도 했다. 길은 항상 찰방찰방 물이 얕게 흐르고 있었고 우리는 더워서 항상 그 물 위를 걸었다. 

길을 나서는 우리들 모습

길을 걷는데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물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해서 길을 걸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물이 조금씩 깊어지기 시작했고 정말 경계선이라도 있는 듯이 어느 경계를 계기로 수온이 갑자기 차가워 짐을 느꼈다. 순간적으로 확 바뀌는 수온은 우리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물속에서도 경계라는 것이 있는 것인가, 서로가 섞이지 않는 것인가 의아했다. 그리고 길을 계속 진행하려 했으나 우리 앞에 보인 것은 거칠게 흐르는 강물이 이였다. 웬만한 흐르는 강도 건넜던 우리이고 이대로 우리의 여정을 멈추고 싶지가 않아서 욕심을 내어서 계속 가려고 했다. 우선 우리 중에서 가장 무거운 캘빈이 그 강물을 향해 걸어갔다. 강물의 물살은 거세게 캘빈을 휘감았고, 캘빈은 겨우 서있을 수 있었다. 

우리를 가로막은 강물, 그 곳으로 들어간 캘빈

캘빈은 우리가 이 강물을 건너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물은 캘빈의 허리춤에 닿아 있었고, 캘빈에 비해 키가 작은 나는 분명히 더 많이 물속에 몸을 담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물살의 힘은 성인 남자가 겨우 버티고 서있을 수 있거나 혹은 걸으려면 휘청이며 조심히 걸어야 할 정도였다. 우리 넷은 한동안 그 넘지 못하는 강물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만 했다. 추후 지도를 보니 그 강물의 끝은 아마도 lake powell과 연결되는 강물 같았다. 나뭇가지로 엮어서라도 배를 만들어 타고 가고 싶은 심정이야 굴뚝같았지만 우리 모두는 결국 돌아서고 말았다.

캘슨이 앞으로 아예 움직일 수 없다고 했다.


3. 푹푹 빠지는 모래언덕을 오른다는 것은

 우리의 여정을 포기해야만 했던 우리는 결국 이만 여정을 마치고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점심시간이 넘은 시간에 태양은 우리 머리 위에 바로 있었지만 이게 뭐 대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큰 오산이었다. 하이킹하는 내내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힘들어했는데 푹푹 빠지는 모래언덕을 올라가는 것은 두배 아니 열 배는 더 힘든, 정말 상상하지 못했던 고난이었다. 차까지 가려면 이 모래언덕만 2시간을 올라가야 하고, 그리고 내려왔던 암벽을 다시 올라가야 하며, 그 후에는 암석 길과 다시 모래길을 2시간가량 걸어야 했다. 우리는 정말 모래조차 달궈져 뜨거웠던 그 언덕을 열 발자국 걷다 허리 한번 피고, 열 발자국 걷다가 숨좀 돌리고, 열 발자국 걷다 서로를 확인하고 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오르기를 반복했다. 엄청난 고행길이었다. 내가 여태까지 했던 하이킹 중에서 가장 더웠고, 가장 땀을 많이 흘렸으며, 계속 발이 푹푹 빠지며 미끄러지는 모래길이었다. 묵묵히 걷기만을 하면서 뒤를 돌아보면 비록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과 그늘은 없었지만 그만큼 끝내주게 멋진 협곡의 경치가 등 뒤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뜨거운 모래 위에서도 피어나는 이름 모를 하얀 꽃과 뾰족한 가시를 펼치고 있는 선인장, 그리고 나보다도 힘차고 빠르게 달리는 작은 도마뱀. 이 모든 것들이 이 건조한 모래 언덕 위에서도 열심히 생명을 지키며 살아가는 존재들이었다. 힘든 걸음 속에서도 이들을 보면서, 등 뒤의 멋진 풍경을 보면서 묵묵히 걸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지쳐서 포기하고 싶을 때쯤 절벽이 보였고, 절벽 아래의 작은 그늘에서 땀을 닦으며 쉴 수 있었다. 

모래언덕과 뒤돌면 보이는 풍경, 그리고 이름모를 하얀 꽃

 이제 반 정도 성공 한 셈이었다. 어서 차로 달려가서 근처 식당으로 들어가 얼음이 가득 들은 시원한 콜라 한잔만 마시면 그 무엇보다 바랄 게 없었다. 우리는 힘을 내어 암벽을 기어 올라갔고, 그 후 모래언덕에 적응했던 다리가 암벽길을 만나 조금은 편하고 빠르게 차로 향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암벽길도 한 시간이고, 다시 한 시간의 모래길이 남았다. 차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었다. 정말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얼굴의 땀이 흘러내리다 못해 온몸에서 땀이 흘러넘쳤고,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이 계속해서 느껴졌다. 결국 이러한 흘러내리는 더위와 땀을 딛고 우리는 결국 차에 도착했다. 차가 보이자마자 해냈다는 무언가의 힘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정말 잘 우는 것 같다. 근데 그 해냈다는 벅찬 감동은 정말 날 항상 울게 만든다.)

도착


4. 이번 여정을 마치며

  미국에서 백패킹을 해보고 싶다면,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미서부 오지라서 찾아가는 길이 조금은 힘들 수 있지만 우선 차가 갈 수 있고, 주차를 할 수 있으니 해볼 만한 도전이 아닌가 싶다. 날씨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6월에 갔던 우리는 한낮에는 엄청난 더위를 맛보았고 저녁에는 약간 서늘한 정도였다. 미국에서 자연 속에서 탐험과 모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가서 거대한 협곡을 몸소 느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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