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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 Mar 27. 2024

[시작말] #플레이리스트 #그냥

소소하지만,의미있는 순간. 그 연결이 만들어내는 삶의 변화

#플레이리스트 #그냥

- 음악과 에세이 한 잔에 담은 '그냥' 의 점.선.면

'그냥' 시작한 프로젝트


대학교 2학년 어느날, 라떼 한잔...

돌아보면, 모든 게 불확실했지만, 푸릇푸릇했던 청춘의 어느날, 허세에 취해 영미 문학을 펼쳐들었던, (정확히 말하면 쌓아 올렸던) 대학시절 몇몇 기억이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2학년 즈음 나는 점심 시간이 되면, 습관적으로 도서관을 향해 달려갔다. 당시, 도서관에 멀티미디어룸이 있었는데, 코리안 특급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 리그에서 강속구를 마구 던지던 시절이라, 공강시간이면 그곳은 야구를 보며 흥분하는 놀이터로 변했다. (가뜩이나 책을 안 보았는데, 책 옆에 TV와 PC를 놓아 당시 도서관에는 책을 보러 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인터넷 시대의 시작
때문에 도서관은 전혀 조용하지 않았다. 칸칸마다 놓여진 PC 화면과 책들의 존재를 방해하는 TV는 우리들이 책과 친해지는데 훼방놓기 딱 좋은 요물들이었다.

나는 분주한 도서관에 전혀 방해 되지 않을 '요동침'으로 박찬호의 강속구를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 게 있다. 살다보면 의도치 않은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누구는 이를 편향이라고 하고, 우연이라고 한다.

 

그 때 그랬다. 약속도 하지 않았고, 잘 알지도 못했으며,

심지어 다음에 만날지 조차 모르는데, 그냥 그 어떤 특정한 시간에  누군가와 만났다. 아니 정확히 말해 마주쳤다.

놀이터가 된 도서관에서 나는 시선과 침묵으로  '그냥' ‘나 좀 봐달라’고 시그널을 보냈다.

당연히, 그냥 그런 채로 어떤 의미도 부여받지 못한 나의 시간과 에너지는 그의 세계까지 미치지 못한 채, 허무한 시선의 가면을 쓰고 도서관 어딘가를 방황하고 있었다.


그냥, 영어영문학과였을 뿐인데.

그가 영어영문과라는 것만 얼핏 보았던 나는 그가 오기 몇 분 전부터 세익스피어, 애드가 앨런 포 같은 명작들은 물론 영문학과 전혀 상관없는 존 버거, 장 보드리아르, 심지어 니체까지 책상에 쌓아놓고,그냥 나 좀 봐달라는 갈구와 허세의 방어벽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바보짓 종합선물세트 같았던 내 모습에 이불킥이라도 날리고 싶지만, 어쨋든 우리는 친구가 되지 못했다.

허무한 상상과 그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나에겐 그 책들의 궁금증이 남았다.


그가 본 책들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그냥 영어영문학과 였을 뿐인데...그냥 읽게 된 책


‘그냥’ 내 앞에 놓여진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는 무턱대고 내 앞에 놓인 책들을 읽었고,

한 분야에 꽂히면 파고 파는 피곤한 성격 또한 곁에 두기 시작했다.

나는  '멕베스'의 격정적인 드라마에 마음이 흔들렸고,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의 예술적 문체에 혼을 놓았으며, '모르그 가의 살인'에서 검고 짙은 문체에 물들었다. 또한 '보는 방법 (The ways of seeing)'을 통해 시각적 사유를 배웠고, '시뮬라시옹'을 읽고 영화 '매트릭스'의 내러티브를 연결할 수 있었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대학시절 이전에 책 한권 읽기 버거웠던 내가 그냥 시작된 마주침 하나로, 학습에 대한 압박이나 대단한 동기없이 책들을 읽었다. 그니까, 이 모든 게 그 놈의 '영어영문학과' 때문이었다.

(‘무의미 속에서 의미'찾기 같은 허세도 같이 챙겨보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냥의 의미찾기... 

'그냥'이라는 단어가 표현하는 감정의 폭은 굉장히 넓다.사전적 의미는 그 상태 그대로, 그런 모양으로 줄곳, 아무 의미나 조건 따위가 없이. 라는 뜻이다.


내키는대로, 막무가내, 갑자기, 느닷없이, 무턱대고.... 같은 부정적인 늬앙스도 띄지만,

셈이나 재는 것 없이, 순수한 의도로 같은 긍정적이고 설레는 늬앙스도 풍긴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내 삶에서 그냥 시작한 순간들은 무수한 의미를 만들었고,경혐의 점을 감정의 선을 변화시켜주었다. 음반 장에 빼곡히 쌓인 음반들이 각양각색의 노래와 소리를 담고 있지만, 그 이어짐의 용광로는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 내듯이 우리의 현재는 수많은 경험의 점들이 연결된 결과다. 그 점의 시작이 그냥인 경우가 참 많다.  


돌이켜보니, 대상을 향한 호기심도, 열정도, 추억도, 사랑도 그 시작점이 '그냥'이었을 때, 가장 순수했던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보고 싶을 때, '그냥'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심장 떨리게 하는가.

어찌보면, '그냥 (just)', 'please' 같은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 하긴, 얼마나 그 파급력이 크면 나이키는 몇 십 년에 걸쳐‘just’ do it을 브랜드 슬로건으로 쓸까.하는 생각도)



그냥 시작한 프로젝트


이야기의 시작 역시 '그냥'이었다.

직장 다니면서, 나름의 삶을 일궈온 여러 명의 친구가 '그냥' 만나서 대화를 하다가,한 사람의 인격체('나')를 만들어냈다.

이 곳에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들은 한 사람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여러 사람의 혼합된 사건들의 교묘한 결합일 수도 있다.

하루하루 충실히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들과 순간적 감정들을 가다듬을 수 있는 음악 한편을 담았다.


 '그냥' 일어난 것들이 삶의 의미를 주는 소재들이 많았듯, 이 프로젝트도 누군가에게 '그냥' 읽혀 작은 의미의 꽃으로 피어나 좋은 향취와 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플레이리스트 #그냥

화자(나)가 너무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은 주변의 이야기들을 (음악과 함께) 썼다.


[플레이리스트_그냥]의 콘셉트와 내용

'나'가 이끌어가는 에세이다.

나는 실제 나일 수도 있고, 친구의 조합이 만들어낸 인물일 수 있고, 그들의 이야기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사람일 수도 있다.

 아마, 2022년 기준으로 30대초-40대의 길을 걷는  

직장인들 혹은 남녀가 읽어주면 고마울 것 같다.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아름다움과 추함, 부유함과 가난함, 외로움과 즐거움 등 우리가 매일같이 마주하는 소재들을 에세이와 음악(플레이리스트 3곡)으로 꾸몄다

 

[플레이리스트_그냥]이 단순한 말장난과

위로의 코스프레가 아닌,

누군가에게는 ‘그냥’의 의미를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했다.  


‘플레이리스트 그냥’의 이야기가 여러분들께도 소소한 변화와 감화가 있기를 바란다면

과한 욕심이겠지만, 그래도 소망도 해본다.

‘그냥’ 시작한 우리의 행동과 언어로 일궈낸 시간들이  멋진 삶의  교향곡으로 울려퍼졌으면 하는

염원같은 거 말이다.

 ‘그냥’은 현재 우리에게 툭 던지는 말 이상의 묵직한 의미를 담고 있을지 모르니까.



#플레이리스트 #그냥 #시작 알리는 음악들

01 John Splithoff - Raye

02. Joni Mitchell- Both Sides Now

03. 베란다 프로젝트 -T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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