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연락은 일상이 변화될 거라는 가장 가시적인 알림이다. 당연하듯 숨 쉬고 있는 이 일상이 바뀔 것이라는 강력한 표식이다. 사람의 사고 체계가 바뀔 수도 있고, 이전처럼 편하게 하던 일을 못하게 될 수도, 아니면 지금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돌파구가 주어진 것일 수도 있다. 좋든 싫든 어쨌든 간에 새로운 페이지가 갑작스러운 연락과 함께 펼쳐진다.
갑작스러운 연락은 극적인 희극이거나 극적인 비극이다. 삶이 바뀌는 건데 극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오직 둘 중 하나. 그래서 그런지 갑작스럽게,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나 혹은 예상치 못한 시간에 연락이 오면 긴장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 연락안에 담긴 메시지를 잘 읽어야 한다. 그 갑작스러운 연락은 반드시 메시지를 담는다.
나는 2021년 11월 6일 저녁에 갑작스러운 다음날 약속 파투 메시지를 그냥 받아들이면 안 됐다. 그 메시지는 단순한 약속 파투 메시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약속을 파투 하는 사람이 '사랑한다' 하는 건 그냥 쉽게 넘기면 안 되는 메시지다. 갑작스러운 그 연락은 나의 일상과 사고를 바꿨다. 그 뒤로 갑작스러운 연락이 가져오는 것들의 무게가 더 정확히, 더 크게 느껴진다. 삶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바뀌는 거구나. 당연했던 주변 공기가 낯설게 느껴지는 건 1초도 안 걸렸다. 앞으로도 갑작스러운 연락들로 삶은 배반되고 승리하고 고꾸라지고 다시 일어날 것이다. 나는 그날 이후로 어떻게 갑작스러운 삶의 움직임으로부터 견고해질 수 있을지 고민했다. 너무 쉽게 흔들려서 좌절했다. 그런데 방법은 아직도 없는 거 같다. 그런 갑작스러움에 나는 매번 처음인 것처럼 뒤흔들릴 것이다. 그게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