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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무으야우 Feb 15. 2024

좋아하는 요일

최근 육아하는 유부녀들의 유튜브 영상을 하나 본 적이 있는데, 그들이 제일 좋아하는 요일은 다름 아닌 '월요일'이었다. 한 번도 살면서 월요일을 좋아해 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대답이었다. 그리고 제일 싫어하는 요일은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에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을 집중 케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학이라는 말이 싫어지고, 개학이라는 말을 반기게 되고, 주말이 싫어졌다는 대화를 들으며 육아라는 것이 얼마나 삶을 많이 뒤집어 놓는지 알 수 있었다. 


아무튼, 나는 아직 육아 미경험자이기 때문에 제일 좋아하는 요일은 역시나 토요일이다. 진부한 이유지만, 내일 하루의 시간이 더 보장되는 휴일은 조금 망쳐도 괜찮다는 그런 안도감을 갖고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안도감 덕분에 더 잘 쉴 수 있는 요일이 토요일이다. 물론 너무 힘든 금요일을 보냈다면, 토요일은 정말 쉬는데 다 써버릴지도 모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히 좋아할 이유가 된다. 


나는 스스로 반-집순이를 자처하는 사람으로서 하루 외출을 하면 하루는 꼭 집에 있어줘야 한다. 그래서 평일 내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바깥을 맴돌다 드디어 집에만 있어도 되는 토요일이 황홀하다. 물론 늘 토요일에 집에만 있는 건 아니지만, 얼마든지 집에 있어도 된다는 그 자유도가 일을 하게 되면서 더 소중해진 것은 사실이다. 


좋아하는 요일에는 휴식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좋을 수 있다.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평일에는 원하는 사람들만 만날 수 없다. 내가 상사와 동료를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 주말이라면 그동안 미뤄왔던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약속할 수 있다. 그래서 첨언하자면, 최대한 시간을 오래 보내도 되는 사람들을 만날 때는 주말 약속을 잡는다. 짧게만 봐도 되는 지인들은 평일 저녁 약속이 이상적이다.


조금 아쉽게도 이 글을 쓰는 시점은 목요일 오후이다. 사실 목요일만큼 애매한 요일이 없다. 하루 더 쉴 수 있을 거란 희망의 토요일과 반대로 내일 하루 더 일해야 하는 요일이기 때문이다. 수요일은 주말까지 어림도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목요일은 뭔가 희망고문하는 기분도 들어서 시간이 유난히 늦게 간다. 그래서 이 글을 지금 쓴다. 얼른 내가 싫어하는 이 요일은 빠르게 흘러가고 얼른 토요일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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