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차 수동적 직장인, 비로소 내 삶의 CEO가 되다
문장을 쓸 때 '능동태'로 써야 한다는 말, 글을 배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나 역시 처음 문장 공부를 시작했을 때 이은대 작가님의 조언이 귓등으로만 들렸다.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 뜻만 통하면 그만이지."
하지만 한 해 두 해, 글 쓰는 시간이 쌓이다 보니 비로소 알게 되었다. 문법은 기술이 아니었다.
'삶을 대하는 태도'였다.
'~해진다', '~되었다'라는 흐릿한 수동적인 서술어를 버리고, 주어를 분명히 세워 문장을 맺는 연습.
사소한 연습이 반복되자 놀랍게도 삶의 주도권이 나에게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평생을 직장인으로 살았다.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나는 한 번도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되어 본 적이 없었다. 위에서 내려온 지시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이 미덕이라 믿었고, 나의 생존 방식이었다.
나는 내가 꽤 능동적인 사람이라 착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나는 회사가 정해준 견고한 네모난 틀 안에서만 부지런히 움직이는, 지극히 수동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글쓰기는 그런 나를 흔들어 깨웠다. 문장의 주어가 되어 스스로 결정하고 마침표를 찍는 감각. '주체적인 감각'이 손끝에서 뇌리로 전이된 것일까. 글쓰기 훈련이 거듭될수록 현실의 문제 앞에서도 나의 태도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오늘, 기대했던 책 쓰기 예비 수강생에게 연락이 왔다.
"작가님, 일이 너무 바빠서 당분간 수업 등록은 어렵겠습니다. 지금은 사업에 몰입해야 할 시기라서요."
휴대폰 화면에 뜬 메시지를 확인한 곳은 피트니스클럽의 러닝머신 위였다. 숨이 차오르는 순간 마주한 거절의 메시지. 예전의 나였다면 어땠을까?
'아쉽다. 역시 나는 안 되나 봐. 경기가 안 좋으니 어쩔 수 없지.'
아마도 상황을 탓하고, 경기를 탓하며, 실망감이 나를 덮치도록 무력하게 내버려 두었을 것이다. 전형적인 '수동태'의 반응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돌아가는 러닝머신 위에서 나는 차분하게 호흡을 골랐다.
'지금은 이분에게 때가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실망 대신 '다음 행동'을 선택하기로 했다. 수강생의 취소는 오히려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덕분에 그동안 "직장인이라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마케팅 노트들을 다시 꺼냈다. 비싼 수강료를 내고 배웠던, 그러나 실행하지 않았던 홍보 전략들을 진지하게 점검하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수강생의 취소 연락이 나를 주저앉힌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움직이게 한(능동) 계기가 되었다.
문장 공부 시간에 들었던 스승의 말씀이 오늘따라 유난히 깊게 박힌다.
"작은 파도, 큰 파도 모두 바다다."
수강생이 모이지 않는 상황, 예기치 못한 거절. 이것은 나를 덮치는 재난이 아니다. 내가 항해하고 있는 이 넓은 바다의 일부일 뿐이다.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갈 것인가(수동), 아니면 파도를 타고 넘어갈 것인가(능동). 나는 오늘, 파도를 타기로 결정했다.
지금 당신의 문장은, 그리고 당신의 하루는 '능동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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