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직장인을 위한 지출 관리 원칙
가끔 한 번 뿐인 인생(You Only Live Once: YOLO) 악착같이 아끼고 저축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볼 때면 치열하게 아귀다툼하면서 살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욜로(YOLO)하다 골로(GOLO) 간다라는 말이 있다. 누구든 살다 보면 언제든 돈이 부족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따라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여 가계(家計)를 안정적으로 꾸려 나갈 필요가 있다.
나와 남편은 합리적인 가계 운용을 위해 다음과 같은 원칙을 마련하여 이에 따라 소비와 저축을 하고 있다.
원칙 1. 매월 가용현금 범위 안에서만 소비하기
월급 순삭(순식간에 삭제됨). 전월 지출한 소비로 인한 신용카드 대금이 급여계좌에서 한꺼번에 자동이체되는 바람에 통장잔고는 순식간에 바닥을 찍는다. 다음 달 급여일까지 어쩔 수 없이 신용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다음 달 급여일에 또 신용카드 대금이 쌓이게 되고 위와 같은 자금흐름, 소비패턴이 계속 반복되게 된다. 사실상 미래소득(다음 달 급여)을 현재 소비에 충당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매월 소비는 그달에 본인이 벌어드린 소득 범위 내로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월 소득에서 월세ㆍ관리비ㆍ공과금 같은 고정지출과 해당 월의 저축액을 차감한 잔액인 가용현금 범위 안에서 소비를 해야 한다. 비용(지출)은 동일한 기간 동안 발생한 수익(월급)과 정확히 대응되어야 한다.
가용현금을 넘어서는 지출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현재 어느 정도의 소비 여력이 있는지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들도 보통 1년을 하나의 회계기간으로 잡고 있지만, 월, 분기, 반기마다 결산을 한다.
마찬가지로 월급일에서 다음 달 월급일까지의 기간을 나의 수지(收支)를 관리하는 주기(週期)로 본다면, 매주 혹은 보름에 한 번씩이라도 가계부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 가계부를 작성하면서 카드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신용카드 결제 예상 금액을 그때그때마다 선(先) 결제하면 가용현금 수준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신용카드 이용금액 선결제 후 통장에 남은 현금 잔액이 현재 기준의 가용현금이기 때문이다.
원칙 2. 나만의 은행, 파킹(parking) 통장 활용하기
집안 행사나 경조사에 참여할 수도 있고, 친구들에게 밥이나 술을 사야 할 일이 있을 수 있다. 이때 일시적으로 한꺼번에 꽤 큰 지출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그달의 가용현금은 금세 바닥나게 된다. 그렇다고 마냥 짠내나게 살 수만은 없다. 돈은 쓸 때 제대로 써야 한다.
이 경우 실제 지출은 특정 시점에 전부 발생했다 하더라도 가계부를 작성할 때에는 해당 지출이 마치 수개월에 걸쳐 이루어진 것처럼 조정하는 작업을 한다.
직장 동료들에게 저녁을 사느라 신용카드로 10만원을 썼고, 지출 발생일이 속하는 월의 가용현금 감소분 10만원을 4개월 동안 나눠 부담한다고 가정해 보자. 신용카드 결제대금 10만원 중 2.5만원은 해당 월의 월급에서 충당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신용카드 결제대금 7.5만원은 어디서 조달할 것인가?
나머지 7.5만원은 여윳돈을 잠시 보관하는 소위 파킹(parking) 통장으로부터 조달한다. 파킹 통장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으로 정기예금 등 목적의 목돈이 모일 때까지 일시적으로 자금을 예치해 두는 통장이다.
파킹 통장에서 출금한 7.5만원에 대해 3개월에 걸쳐 2.5만원씩 파킹 통장에 입금 처리한다. 파킹 통장(은행)에서 7.5만원을 출금(차입)하여, 매달 2.5만원씩 분할하여 입금(상환)하는 점을 살펴봤을 때 파킹 통장은 사실상 자금을 대출해 주는 은행과 같다. 이러한 관리체계하에서 매월 입금(상환) 액만큼 가용현금은 줄어들게 된다. 적절한 지출 통제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가계를 꾸려나가는 것은 번거로운 일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각종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클라우드 서비스가 고도화되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가계를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핸드폰과 스프레드시트만 있다면 누구든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