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소 Sep 23. 2023

#4 밀라노의 아침

“맑은 날이 몇 번 없었는데 오늘은 맑네.”


밀라노는 겨울이 여름보다 습하다. 기온은 비슷하지만 습도는 한국이랑 반대다. 흐리거나 비 오는 날도 많았던 모양이다. 친구가 오늘은하늘이 맑다며 운이 좋다고 했다. 내가 아침마다 일어나서 러닝을 하는 걸 알고 동네에서 뛸 수 있는 루트도 알려줬다. 첫 날이라 나온 거라면서 같이 뛰다가 말긴 했지만, 그래도 친구랑 같이 낯선 동네를 달리는 기분은 더욱 상쾌했다.


첫 날은 친구를 졸졸 따라다니는 하루였다. 일단 씻고 나서 햇빛을 쬐며 두오모 광장을 구경했다. 전날 밤 늦은 시간까지 집부터 근처 쇼핑몰이 있는 공원을 지나 그 유명한 ‘꼬르소 꼬모’ 거리, 그리고 밀라노 대성당을 지나 다시 집으로 오는 코스를 산책했는데, 그 대성당이 있는 광장에 다시 한 번 찾아간 거였다. 밤에는 아직 연말의 여운이 남아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는데, 낮이 되니 쾌청한 하늘 아래에 수많은 사람들이 바삐 지나다녔다.


우리는 전부터 얘기했던 샤넬 트리도 보러 갔다. 샤넬 팝업 프로모션이었다. 시그니처 향수는 넘버 5가 달린 커다란 트리가 있었다. 트리 사이로 입장(?)하면 사진을 찍어준다. 샤넬 로고가 박힌 멋드러진 기념품 하나 겟(get)!


또 걷고 걸어서 스포르체스코성과 그 앞의 셈피온 광장에도 다녀왔다. 분수에서 내뿜는 물줄기가 햇빛에 부서졌다. 평일인데 햇볕을 쬐는 사람들로 분수대 주변이 붐볐다. 기온은 차갑지만 햇볕은 정말 따뜻했다. 한국은 아직 한파가 올랑말랑 하는 매서운 겨울 날씨인데 여긴 벌써 봄이었다.


이탈리아에 오면 꼭 해야 한다는 1일1젤라또도 먹었다. 초코와 견과류가 섞인 맛 하나와 레몬맛을 골라 드디어 첫 젤라또를 맛 봤다. 레몬맛은 너무 셔서 절대 안 먹야겠다 생각했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초코&견과류는 다음에도 또 먹어야지, 생각했다.


친구가 알아봤다는 파스타집은 웨이팅이 있어서 다음에 먹기로 하고, 오늘은 친구 동네 스타벅스에 함께 갔다. 각자 노트북을 가져와 시간을 보내고 책도 읽고. 관광객으로 놀다가 동네 카페에서 마무리 하는 하루가 아직은 낯설고 피곤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3 친구와의 첫 인사, 되돌릴 수 있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