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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도 재능이 있을까요

by 신민철

글쓰기에 재능이 있을까. 나는 그 질문에 적어도 '재능은 의미가 없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결국 의자에 오래 앉아있는 독한 놈이 더 잘 쓰고, 독한 놈도 글쓰기에 미친 자들에게 한 수 접어준다. 그저 계속 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뉠 뿐이다. 그렇게 말하는 편이 당신에게도, 내게도 덜 상처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경험상 글쓰기는 재능이 아주 많이 필요한 작업이다.

확실한 대가가 없는 일에 수십 시간을 투자하고, 책 한 권 분량을 기어코 마감하는 집요함은 아무래도 정상적이지 않다. 단순히 노력한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고, 단순히 취미로 할 만한 일도 절대 아니다. 광기에 가까운 열정이 필요한 일이다. 이게 재능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어떤 이들은 이 작업을 수차례 반복하고, 어떤 이들은 책 한 권을 만들기 전에 끝난다. 이들이 그저 끈기가 부족해서 그만뒀을까. 글쓰기는 포기하는 게 당연한 고된 작업이다. 오히려 이 일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작가'가 일반적이지 않다.

심지어는 처음 쓸 때부터 꽤나 잘 쓰는 사람들도 많다. 대개 우리 주위에 언변이 뛰어난 이들이 그렇다. 대화 흐름을 잘 읽고, 적절한 화법을 사용하고, 농담을 유독 잘하는 사람들. 이들은 잘 듣고 말도 잘하지만, 글도 잘 쓰는 경우가 많다. 그 반대로 글만 읽어도 '이 사람은 말도 잘하겠구나' 싶은 작가들도 있다. 이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 나도 모르게 킬킬거린다.

이들만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남다른 경험을 갖고 있고, 어떤 사람들은 트렌드를 읽는 기획력이 뛰어나다. 이들의 글은 거의 치트키 수준이다. 문장을 얼마나 잘 쓰는지를 떠나서, 그 글에 담긴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불행을 연료 삼아서 쓴다. 내면의 아픔은 훌륭한 소재가 되기에, 이 모든 게 재능이 된다. 그래서 작가들은 때론 남의 불행까지도 시기한다.

앞서 말한 재능은 특별한 것이다. 노력한다고 해서 쉽게 얻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아무런 재능이 없는가? 그런 건 아니다. 우리는 공통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재능이 한 가지 있다. 그건 바로, 나와 내 주변(세계)을 사랑하는 태도다. 이걸 잘하는 사람이 결국 잘 쓴다. 그러나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재능은 아니다. 실질적인 훈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타인의 슬픔과 좌절을 이해하고, 내 주변에 마음을 나누는 거. 대상에게 지극히 관심을 갖고 깊이 관찰하는 거. 다각도에서 세상을 이해하고, 나만의 문제의식을 정확히 표현하는 거. 더 아름답게 살아가려고 애쓰는 거. 이런 걸 잘 해내는 게 어떠한 글쓰기 방법론보다도 더 훈련이 된다. 이 재능은 당신이 더 잘 쓸 수 있게 할 것이고, 더 잘 살게 할 것이다. 당신의 재능은 당신 안에 있다. 키워내는 건 온전히 스스로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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