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쇼츠가 나에게 주는 영향
조혜련과 노홍철의 강연
요즘 밤늦게 유튜브 쇼츠를 보곤 한다. 다른 뭔가를 하기에는 의욕이 안 생기고, 그렇다고 푹 쉬자니 괜히 뭔가 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들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1분도 안 되는 짧은 영상은 시간 때우기 제격이라고 할 수 있다.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가 유행을 끄는 이유는 다들 나 같아서가 아닐까. 여가시간을 알차게 쓸 의욕은 없지만, 뭔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는 사람들. 영상과 다음 영상, 그리고 또 다음 영상으로 넘기다 보면 어느새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훌쩍 지나가고 만다. '쇼츠 보지 말걸!' 자기 전에 종종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종종 자극을 주는 영상들도 있다. 최근에 기억나는 건 2가지다. 하나는 조혜련의 강연 편집본이고, 다른 하나는 20대에 여행사를 무자본 창업한 노홍철의 이야기다.
01)
강호동은 조혜련에게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혜련아, 인생에는 성공과 실패가 있제?"
"그치. 성공과 실패가 있지."
"틀렸다. 성공과 어떻게 실패가 있노. 대학 떨어졌다고 실패한 기가? 취업 안되면 실패가? 인생은 성공과 과정만 있지."
지금 불안하고 힘들다면 그저 과정일 뿐이라는 말. 이 과정을 거름 삼아서 성공해야 한다는 뻔한 말. 하지만 그런 말이라도 믿고 싶을 때가 있다. 괜찮다. 할 수 있다. 지금부터 시작하면 된다. 백날 어려운 글 써봤자 결국 마음을 울리는 말은 이런 것들이다.
나는 서른 살에 접어들면서 내가 자꾸만 실패라는 커다란 구렁텅이에 서서히 미끄러져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당장 취업이 급해서 내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고 아무 회사나 입사한 거? 글 쓴다고 말만 뻔지르르하게 해 놓고 글 한 자 적지 않고 시간을 흘려보낸 거? 출판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1년 넘게 헤매다가 결국 포기한 거? 남들 공부하고 자격증 따고 노력할 때 컴퓨터 게임만 잡고 허송세월 보낸 거? 애초에 재능 없이 글 쓴다고 욕심을 부린 것부터가 실패 요인이 아니었을까... 실패라는 구렁텅이는 너무 깊어서 자꾸만 파고 내려가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누구나 그러한 구렁텅이에서 살아간다는 거. 그리고 그곳에서 더 많이 발버둥 쳐서 기어 나온 사람이 성공한다는 거.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서른이 되면서 현실을 좀 더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어서일까. 아니면 핑계 대는 일에도 지쳐버려서일까. 나는 자기 방어적인 삶의 태도가 때론 자기 파괴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도 늦게 깨닫고 말았다.
02)
노홍철은 한 시민에게 질문을 받는다.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까요. 돈이 되는 일을 해야 할까요?"
"너무 쉬운 얘기인데...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많이 벌어야죠."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당당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간다. 노홍철은 여행이 너무 좋아서 여행사를 차리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돈이 없자 우선 종로에서 제일 잘 나가는 여행사를 찾아가기로 한다. 한 달 반 동안 수차례 찾아갔고, 결국 그 여행사 대표에게 받은 툴을 토대로 여행상품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상품은 그 당시 삼성전자 부장이었던 아버지의 연봉을 뛰어넘을 정도로 성공한다.
노홍철은 다시 말을 이어간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되, 중요한 건 그만큼 좋아해야 한다고. 내 기준으로 생각하지 말고. 다른 사람이 봤을 때 내가 그만큼 그 일을 좋아하는 게 느껴져야 한다고. 나는 이 격려를 가장한 팩트폭격을 듣고 잠깐 넋이 나갔다. '너 그만큼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할 수 있어? 다른 사람이 너를 봤을 때 정말 그 일에 미쳐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었다. '당장 돈 벌어야 되는데, 글은 무슨 글이냐'라는 생각은 그저 핑계일 뿐이며 지극히 회피적인 사고에 지나지 않는다고. 나는 내 글을, 나의 글쓰기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을까. 나이 서른에도 글쓰기를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다면 또 언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건가.
...
오자고 일어나면 휘발되어 사라질지도 모르는 복잡한 감정을 붙잡고 오늘도 뜬눈으로 새벽을 지나 보내고 있다. '밤엔 쇼츠 안 볼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