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민철 Oct 14. 2023

출판편집자를 준비했던 일 년

일 년 넘게 출판사를 준비했지만 변변히 낙방했고 결국엔 포기했습니다. 그러니 편집자를 두고 이야기하는 저에게 '출판계에 발 한번 담가본 적 없는 주제에'라고 말씀하셔도 반박은 못하겠습니다. 다만 불안한 시기를 오래 겪은 덕분에 수다거리 정도는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잡다한 이야기나 변명거리가 즐비해서 다소 구차한 글이지만, 전문적이어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서 솔직하게 쓸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실 분들에게 투정을 부리기도 했고, 변명을 하기도 했고, 아는 체도 좀 할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설교할 정도로 똑똑하거나 멋들어지게 살아온 사람은 아닙니다. 그저 읽는 분들이 제 수다에 조금 어울려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써 내려갈 뿐입니다. 작가의 눈부신 원고를 한 권의 작품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지금도 애쓰시는 분들, 바늘구멍이라고도 불리는 출판계의 취업 전선으로 나서기 앞서 출발선에 서신 분들. 이 분들에게 먼저 낙방의 고비를 맛본 사람으로서 작은 격려를 보내기 위해 썼습니다. 아무리 취업이 힘들더라도 책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놓지 않았으면 하는 노파심에 건네는 편지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조금 솔직해져야겠습니다. 여러분을 격려하기 위해 썼다는 말은 어느 정도의 진실과 거짓을 담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쓴 건 스스로를 위로하고 또 위로받고 싶어서였습니다. 왜 더 치열하게 준비하지 않았는지, 왜 끝까지 해보지 않았는지. 제게 향하는 화살촉을 무디게, 또 무디게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오히려 날카로운 모서리에 베일 수 있다는 걸 모른 채 말입니다. 


저는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과거의 제 모습을 필연적으로 다시 맞닦뜨려야 했습니다. 지난 실패를 수차례 곱씹고 지난 선택을 오래 후회하고 나서야 작은 위로가 필요한 지금의 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순간을 헤집어 글을 완성해 나가면서 정작 중요한 순간은 지금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겁니다. 하지만 이 글을 써나갔기에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껏 겪은 일련의 실패들이 후회로 남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귀중한 경험이자 산물로 남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앞으로의 글에는 출판편집자가 되기 위해 준비했던 과정만이 아니라, 사무직으로 일했던 경험과 마케팅 회사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을 담으려고 합니다. 무엇 하나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이력은 없지만, 그렇기에 이십 대를 거치며 쌓아온 불안의 이력을 차고 넘치게 적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에게 이 글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남모를 고민을 안고 계신 분들에게 말 많은 대화상대 정도는 되어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저의 실패와 후회의 경험들이 여러분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치유하는 글쓰기의 착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