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에게 선물 받은 날의 기록
웨딩북 사용자에게 선물을 받았다. 사용자에게 받은 첫 선물이다. 기쁜 날을 기념해두고 싶어서 17년 1월에 끄적여둔 글을 3월에 마저쓰다. 선물을 보내준 사람은 서비스 초기에 가입해준 사용자다.
선물을 준 사람은 버그가 생기면 어김없이 채팅으로 제보하고 주기적으로 하는 설문조사에도 정성스럽게 의견을 주던 사용자다. 어떻게 주소를 알았냐고 물으니 연초 달력 이벤트로 받은 우편에 적힌 주소로 보낸 것이라고 한다.
과자 가득한 상자를 두 박스가 도착했다. 우와를 남발하며 슬기님과 박스를 열고 회사 채팅방에 알렸다. 나는 쫀득쫀득참붕어빵을 집었다. 달달한 팥앙금과 쫀득한 식감이 느껴지면서 왕감동이 밀려왔다.
앱 서비스를 만들면서 사용자때문에 울고 웄는다. 선물 받은 기념으로 서비스를 만들면서 보람찼던 순간들을 다시 곱씹어 봤다.
가장 최근의 일이다. 작년 여름 정신없이 웨딩북을 업데이트했던 그 날. 웨딩북은 예비신부 전용 커뮤니티로 새벽 동접자가 많진 않은 서비스다.
새벽에 테스트를 해던 중에 실운영 서버에서 테스트 서버로 진입하는 버튼이 아주 잠깐 활상화되었다. 정말 몇 초.
이어진 대화
테스터A: 들어오면 어떡해
테스터B: 누가 이 새벽에 들어와서 그걸 누르겠어
개발자:그래 그럼 잠깐만 활성화할 테니까 테스터들 다 들어와. 준비되었어?
테스터 A, B : 어!!
개발자: 올렸어 지금 들어와~~~~~(5.. 4..3...2..1) 닫았다. 다들 잘 눌렀어?
그렇게 다들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테스터B: 이 테스트 공간에 다른 누군가가 있어...
테스터A: 엥? 이 글 쓴 사람 너 아니야?
테스터B: 아니야....
그렇다. 테스터가 아닌 다른 사람이 접속해있었다. 그 몇 초사이 실제 사용자가 들어와서 테스트용 엉망징창 타임라인에 들어온 것. 그 새벽 그 몇 초 사이에도 사용자가 들어왔다는 사실에 우리는 기분이 좋았다. 그 분께 테스트 세상을 경험하게 한 것은 문제 였다.
커플리 서비스의 베타 테스트를 할 때의 일이다. 앱 서비스를 개발하는 동안에 커플리라는 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다. 페이지를 통해서 50명의 안드로이드 베타테스터를 모집했다. 온라인을 통해서만 만난 사람들이 이러케나 우리 앱에 관심을 보여주는 것에 신이 났다.
평소 사용하는 번호로 버그 제보와 의견을 주고받았는데 정말 많은 문자들이 오갔다. 별 보상도 없는 일에 이렇게까지 의견을 주는 것은 감동이었다.
테스터들은 서비스의 아쉬운 부분을 캡처해서 손낙서로 메모를 해서 보내주기도 하고 피드백이 반영되면 칭찬도 했다. 테스터들의 적극적인 의견들을 받으면서 출시 전의 불안감을 덜고 힘을 냈었다.
사용자들이 길게 포스팅해준 후기들이 있었다. 종종 네이버에 서비스명을 검색해본다. 새로 올라온 후기가 있으면 팀원들이랑 돌려보고 연애편지처럼 다시 읽었다. 그 포스팅이 종이였다면 나는 감동적인 부분에 밑줄을 그었을 거다.
웨딩북에는 내가 느끼기에 정말 예비신부들과 결혼한 신부들만 있는 듯하다. 만약 홍보성 글이나 업체를 홍보하는 글들이 있다면 웨딩북 신부들이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를 포함, 그녀들은 모두 건전한 어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야 할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만 사용해준다면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일은 사랑이야...
헤헤. 이렇게 기억해보니 또 재미있다. 열심히 찾아 찾아 찾아낸 커플 버킷리스트 어플 커플리. 앞으로 잘 채워나가 봐야지. 재밌어.
무려 3년 전 후기까지 긁어온 나.
우리가 만든 의도대로 사용자가 느껴주고 써줄 때 일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이 후기들은 정말 여러 번 읽었는데 블로그 방문 수를 늘린 것 같다.
악플도 관심이라고 나는 우리 앱에 첫 구매내역 삭제요청이 등장했을 때도 나는 기뻤다. 앱 제작자들이 진저리 치는 그 요청 맞다.
나는 채팅방에 '드디어 우리에게도 구매내역 삭제가 등장했어!!!!'라고 썼다. 우리도 이제 다른 앱 제작자들처럼 구매내역 삭제를 없애자는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겠구나 했다.
작년에 사용자들의 구매내역 삭제요청에 분노한 스타트업 서명운동을 했을 때.. 나도.. 나도 그 불평불만에 동참하고 싶었는데... 리뷰 수가 적었는지.. 그런 리뷰는 없었다..
'사랑하는 너를 위해' 추천 앱들.
나의 부제: 사랑해요 앱스토어
지인이 너네 앱이다!라고 캡처를 보내올 때면 우리가 만든 앱을 인정 받은 것 같아 보람찼다. 이제는 웨딩북을 피쳐드해주세요. ㅜㅜ
사용자 칭찬이 그냥 칭찬이라면 구글이나 애플의 피쳐드는 부모님의 칭찬 같달까.
1위는 초창기 밥먹다 신촌편이라는 앱을 접는다는 공지를 올린 날과 선물 받은 날이다. 공지에 달린 열댓 명의 댓글이 기억에 남고, 나는 무지 슬펐다. 서비스를 접는다는 공지를 올리고 헛헛한 마음으로 술을 마시러 갔었다.
12년도 말에 밥먹다 신촌편이라는 앱을 만들었고 10개월 차에 내렸다. 천여 명 남짓의 학생들이 쓰고 있었는데, 우리는 피봇을 해서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중이어서 앱을 내리기로 결정했었다.
앱을 내린다는 공지를 올리기 전에는 우리가 만든 앱을 사람들이 정말 쓰고 있는지 체감이 안되었다. 사람들이 쓰는구나 느꼈던 게 구글 애널리틱스의 실시간 접속자 수 정도였다.
그런데 앱을 종료한다는 공지에 댓글 달아주는 사람들을 보니 정말 사용자들이 쓰고 있었구나, 아쉬워해주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좋아해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에 기분이 뭉클했다.
사실 우리가 만든 서비스를 사용자들이 써준다는 사실 자체가 매번 신기하다. 가끔 출퇴근길에 지하철에서 어깨너머로 우리 앱을 쓰고 있더라는 팀원들의 얘기에 '오 정말이야?! 대박이야.’ 라고 흥분한다.
이렇게 계속 신기하고 감사해하며 수십-수백-수천만이 쓰는 서비스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올매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