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키
2020년 즈음 한참 방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졌던 때가 있었다
방에 식물도 하나 있으면 좋겠어!
라는 생각에 꽃집도 아닌 근처 마트로 향했다
사실 나 혼자 식물을 키워 본 경험은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잠시 기른 선인장뿐이라
잘 케어할 자신이 없었기에, 구매하기 전 조건이 있었다
1. 실내에서도 잘 자라나야 할 것
2. 물은 일주일에 한 번만 줘도 될 것
그렇게 해가 들지 않는 마트 지하 1층에서
조건에 맞는 식물을 찾아 집으로 데리고 왔다
침대 머리맡에 자리를 내주고 '재키'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가끔 바쁘다는 핑계로 물 줘야 할 때를 지나쳐서
잎사귀가 의자 끝까지 축 처져있는 걸
발견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물만 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1시간 이내로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있는 재키가 참 고마웠다
특히나 지쳐있는 날 작은 식물의 호흡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위로가 됐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얼마 전 블로그 포스팅도 할 겸 사진첩을 뒤지다가
몇 년 전 재키의 사진들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저 분갈이할 때가 된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많이 성장했을 줄이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꾸준히 자라난 재키가
내게 뭔가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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