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율 Sep 20. 2020

포스트 코로나, 육식 죄책감에 대하여

환경문화활동

기후변화. 이제는 기후위기라고 많이 불리는 문제를 2018년 즈음 알게 된 뒤

나는 비건을 지향하기 시작했다.



비건을 지향하는 것은 음식뿐만 아니라 가죽제품, 화장품 등에서 '동물성 무엇'이 사용된 모든 것을 '지양'하는 것을 말한다.


비건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나는 1차적으로 덩어리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여 '페스코'에 가까운 식단을 1년 정도 유지해왔다.



'육식 죄책감'


비건을 지향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내 몸에 고기를 넣지 않는, 즉,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하지 않는 것'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먹지 않는 것'의 문제라 하면, 고기가 든 음식에서 고기만 빼고 먹으면 된다.

하지만 '소비하지 않는 것'이라 하면, 식당에서 애초에 고기가 든 음식을 '주문'해서는 안된다.


나는 '먹지 않는 것과 소비하지 않는 것' 중간에서 행동을 취해왔다.


무슨 말이냐 하면,

어쩔 수 없이 고기가 첨가된 음식이 내 앞에 있을 때면,

'고리를 버리지 않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음식에서 고기를 골라내어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으면, 고기를 양도한 뒤 난 고기를 섭취하지 않았고

아무도 먹을 사람이 없을 때면 고기를 버리지 않기 위해 내가 먹었다.


이미 소비한 고기를 먹지도 않고 버리는 것은 육식이라는 문제에 음식물 쓰레기라는 문제를 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깔끔하게 채식을 한 게 아니라면,

고기나 고기 그 비슷한 음식을 먹었다는 사실에 어딘가 모르게 찝찝하니 죄책감이 들곤 한다.


나는 환경문제에 대해 알고 있는 이론의 크기만큼 행동이 따라가 주지는 않는 사람이다.


한국에서는 특히나 비건을 하기가 어렵다는 핑계 아래, 덩어리 고기만 끊었을 뿐 다른 동물성 식품을 끊어보지도 못했다.


밥을 먹는 건 매일매일 하는 일이다 보니

동물성 식품 소비에 대한 죄책감도 매일매일 느꼈다.


그 죄책감은 때로는 익숙하기도 했고, 때로는 강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다

올해, 채식을 한지 약 1년이 된 시기 즈음

내 이상과 현실의 간격이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애써 채식식단을 챙겨 먹지 않으면,

동물성 식품은 피할 길이 없는데,

굳이 애써 챙겨 먹고 싶지 않았다.


또다시 죄책감이 몰려왔고,

나는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억울했다.


'앎'에서 오는 죄책감이었기에 더 억울했다.


다른 사람들은 육식의 문제는 생각하지도 않고, 편안하게 맛있게 매 끼니를 먹는데 나는 왜 문제를 알게 되어서 이런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 하는 걸까.


그러다 우연히 tvn 프로그램인 미래수업에서 김누리 교수님이 하신 강의를 보게 되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정말로 변화가 있어야 하는 데, 중요하게 변화해야 할 부분 중 하나로 '생태교육'을 이야기하셨다.



"독일인 82%는 소비할 때 죄책감을 느낀다"


소비는 쓰레기를 만드는 행위가 될 수 있고, 공장을 가동해 오염을 시키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즉, 소비와 환경문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보니 소비에서 오는 죄책감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리고 패널로 참가한 독일인 다니엘 린데만은 독일 신조어 '플룩샴'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플룩샴 : 온실가스의 주범인 비행기를 탈 때 죄책감을 느낀다는 신조어'


현재 독일에서는 비행기를 탈 때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어서

비행기 대신, 자전거를 타고 국내여행을 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이 두 죄책감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느끼는 육식 죄책감에 대한 억울함 해소해주고, 힘을 북돋아 주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죄책감없이 사는 데 반해 내가 느끼는 죄책감이 버거웠는데, 이 죄책감이 건강한 죄책감이고 미래를 변화시킬 죄책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한국인의 80%가 육식 죄책감을 느낀다면, 우리 사회가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변해야만 하는 시대'이다.


더 이상 기존의 교육방식, 개발방식, 삶의 방식으로는 지구에서 인간이 30년도 더 살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가장 중요하게 꼽히는 가치는 '생태적 가치'이다.

생태적 가치를 무시한 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않고 파국으로 이르는 길이다.


코로나뿐만 아니라 그동안 유행했던 전염병은 인간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야생동물 서식지를 함부로 건드려 발생한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게 핵심이다.


그동안 환경운동가, 환경문화활동가들이 끊임없이 이야기했지만 귀 기울이지 않았던 이야기를 이제는 귀담아듣고 변화해야 할 때이다.


건강한 죄책감은 건강한 행동을 낳는다.


:')






#비건 #기후위기 #포스트코로나 #생태교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