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을 받았다.
봄에는 식물을 하나쯤 들이고 싶다던 말을 기억하고 보내온 생일선물이다. 종종 듣던 식물 라디오*에서 언급됐던 이름-안스리움(Anthurium)-이라 반갑다. '앤서리움이라 읽는 게 맞겠지만, 저도 안스리움이라 불러요. 안스리움. 이렇게 부르는 게 그냥 좋더라고요.'의 그 안스리움.
햇살을 절반만 드리운, 듣던 대로 잎의 무늬가 어여쁜, 그 안스리움 앞에서, 그저, 지난겨울 생기 피어오르던 내 마음만 금세 버석해져 버린 것 같아. 이 간극이 나를 조금 괴롭게 한다.
아닌 척 꾸역꾸역 환기를 하고, 여기저기 자리를 옮겨보고, 며칠이 지난 걸까 검지를 밀어 넣어보면, 여전히 어느 정도가 마른 건지 잘 모르겠다. 찬 것은 늘 어느 정도 축축하게 느껴짐에.
따듯한 나라로 떠났던 가족여행은 한두 번의 고비를 제외하면, 맛있고, 아늑했다.
오래 붙들고 있던 작업이 끝났고, 그보다 더 오래 미루던 운전면허를 땄다.
이따금 만나는 이웃의 강아지들은 하나같이 선한 눈빛으로 무릎에, 책상 위에 턱을 기대어 온다. 그 옆에 모로 누워 마냥 어루만지고 싶다.
기꺼운, 그런 날들 속에서도 때론 더 선명해지는 불안이 있다. 참, 감추기 어려운.
*임이랑의 식물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