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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가는대로 Jul 12. 2024

연중 제15주일

둘씩 짝지어 파견하기 시작하셨다.

벌써 6년이 훌쩍 지나간 이야기입니다. 저는 친구 따라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습니다. 당시는 마음이 너무나 힘들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던 시기였습니다. 그때 친한 친구가 순례길을 간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나도 같이 가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아마도 갑작스런 제안에 당황했을 친구는 물론이지라는 말로 환영해 주었습니다. 그다음 제 질문은 ”그런데, 산티아고 순례길이 어디야? “였습니다. 그냥 친구만 믿고, 같이 가자고 한 것이었습니다. 다시금 그 당시를 돌아봐도 너무나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친구는 800km를 걷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확인하고, 미리 체력도 길렀다고 했는데, 저는 그냥 친구만 믿고 따라나섰습니다. 너무나 힘든 길이었고,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 중의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친구가 없었다면 저는 결코 다녀올 생각도 못했을 것이고, 완주를 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내 옆에 누가 있는가가 평소에는 시도하지도 못할 일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저를 힘들게 하던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니, 혼자라는 느낌, 외로움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생각을 동의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혼자라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비난을 받으면, 제 곁에 있던 사람들이 침묵을 지켰고, 그 길은 아니라고 같이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그 길로 가고 있었습니다. 저를 위로하기보다, 세상은 원래 그렇다며 제 생각과 행동이 바뀌기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제 생각과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의견과 힘에 따라야 한다고 하는 말들이 참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고, 기다리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 때가 올 것이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단계를 밟아 사직서가 수리되어 갔고, CEO께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바쁜 시간에 정말 짬을 내서 만나주셨고, 제 이야기를 한참 들으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참 많이 힘들었겠구나. 그런데, 남아주면 안 되겠니? “ 그 말씀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저는 회사에 남았습니다. 한 명만 있어도 힘이 됩니다.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 내 곁에 머물러주는 사람, 나를 믿어주는 사람, 그 한 사람이 혼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게 하고, 다시 힘을 내서 한 발을 내딛게 합니다.


“둘씩 짝지어 파견하기 시작하셨다.” 마르코 6,7


제자들을 파견하는 예수님은 왜 둘씩 짝지어 보내셨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더 많은 곳에 복음을 선포하려면 한 명씩 보낼 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모두는 아니어도 제자에 따라 한 명씩 파견하실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둘씩 짝지어 보내셨습니다. 서로에게 편이 되고, 힘이 되고, 지혜가 되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도 할 수 있게끔 하신 것은 아닌가 합니다. 그냥 내 편이 뒤에 있는 것만으로 용기가 생깁니다. 누군가가 나를 믿어주고 있으면 그 믿음 덕분에 조금 더 할 수 있습니다.


정말 힘든 순간이 오면, 세상에 나 혼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 편도 없고, 내 말을 들어줄 사람도 없고, 나를 믿어주는 사람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그런 때가 오면 고개를 숙이지 않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고개를 숙이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기보다 오히려 내 말을 들어줄, 내 곁에 머물러줄 사람을 찾아봅니다.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라는 성가의 가사처럼 누군가 절 위해 기도하고 있을 거라 믿으며, 한 발을 내디뎌 봅니다. 제가 혼자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다시 올 때, 그 순간에도 함께 하시는 주님을 알아차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에 저를 혼자 보내지 않고 짝지어 보내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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