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쉬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가끔 연락이 되면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본다. 내 대답은 항상 잘 지내고 있다고 먼저 말을 하고, 코칭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코칭이 뭔데라는 질문이 따라온다. 잠시 생각을 하고 코칭은 답을 찾고 있는 사람과 함께 답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을 한다. 멘토링이나 컨설팅과는 달리 답이나 경험 중심의 의견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스스로 풀 수 있도록 옆에서 사고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 코칭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이 정도 설명으로는 코칭이 뭔지 이해한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럼 자기도 코칭을 한번 해달라는 것으로 대화가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나중에 제가 좀 더 공부하구요라고 대답을 하며 보통은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 이 짧은 대화 안에서 사람들이 뭔가 풀어보고 싶은 숙제나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데 붙잡고 있는 무언가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곤 한다. 코칭이 필요한 사람이 많이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기도 하지만, 세상이 혼자 문제를 풀어가기에는 점점 어려워지는구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함께 든다.
사람들에게는 원론적인 대답을 했지만, 코칭을 배우면서 스스로에게 항상 하는 질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코칭이 뭘까, 코칭 리더십은 기존에 알던 리더십과 무엇이 다를까라는 질문이 항상 따라다녔다. 아직도 답을 구하고 있지만, 다행히도 코칭 리더십은 내가 추구하던 리더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지식이 내 말과 행동 안에 완전히 담기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고 김수환 추기경님이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까지 오는데 칠십 년이 걸렸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내 지식은 아직 가슴에 도달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코칭을 공부하면서 인지하게 되었다. 나에게 코칭 공부는 코칭을 알고, 방법을 배우는 것보다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찾고, 그곳으로 가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첫 번째 코칭 고객이 되었다. 스스로에게 여러 관점에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을 하면서 머릿속의 지식을 가슴으로 끌어내리는 시간이었다. 다음은 내게 자주 던졌던 질문과 그에 대한 고민이다.
“왜 코칭 공부를 하고 있나요?”
앞으로도 항상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야 하는 질문이다. 처음에는 왜 코칭 공부를 하게 되었나요라는 질문을 했었는데, 그 질문은 이제 더 의미가 없어졌다. 과거를 향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코칭에 관심을 가지고, 힘들게 코칭 공부를 하게 만들었던 일들은 앞으로 계속 반복될 수도 있고,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지만, 그와 상관없이 코칭이 이미 내 삶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코칭 공부를 즐겁게 계속하는 것은 코칭이 다른 사람의 성장에 기여하고 싶다는 내 생각을 머릿속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발로 내려가게 하기 때문이다. 코칭의 기본은 고객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이 기본이 너무 좋다. 이제까지는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으로 다른 사람의 성장에 기여할 방법을 찾아왔다. 그러니 잔소리도 많아지고, 걱정도 많았었다. 그런데 코칭은 고객이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하는 것이라 내 지식과 경험보다는 고객의 생각의 흐름이 더 중요하게 된다. 내가 잘 알면 좋겠지만, 꼭 잘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코칭이 잘 되었다는 것도 코치의 기분이나 느낌, 생각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생각이나 변화에서 알 수 있는 것이다.
“코칭 공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인가요?"
경청의 어려움과 중요성이 먼저 기억난다. 나는 나름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는다고 자부해 왔다. 회의에 들어가면 내 역할은 안건을 고민하고 해법을 제안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로 눈높이가 다른 사람들의 눈높이를 맞춰주고, 요점이 흔들리면 요점을 정리해 주고, 질문이 애매하면 질문을 구체화시키는 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생각을 잘 정리하냐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그런데 코칭을 배우면서 내가 잘 듣지 못함에도 잘 듣는 것처럼 보였던 이유가 대화의 내용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과거 아내가 어떻게 자기 이야기는 잘 안 들으면서 회사 일은 그렇게 잘 듣냐고 불만을 이야기할 때는 그 이유를 몰랐다. 아내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정말 잘 안 들렸다. 마음을 다해 듣지도 않았는데 게다가 내가 잘 모르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이미 쌓여있는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말을 정성껏 끝까지 듣지 않아도 내용을 거의 알 수가 있었다. 즉, 아는 이야기를 잘 듣는 사람이었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는 사람은 아니었다. 참 슬픈 사실이었지만,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모르는 이야기일수록 마음이 상대방 쪽으로 향해야만 들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상대방의 느낌이나 감정을 느끼기 이전에 내 감정과 생각에 마음을 더 많이 쓰는 사람이어서 내 감정에 흔들리면 상대의 기분을 알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아직 멀었지만, 지금은 내가 모르는 이야기도 내 기분과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귀와 함께 몸을 기울여 본다. 그러니 조금씩 더 들리는 이야기가 많아진다.
“무엇이 당신을 힘들게 하나요? “
갤럽에서 제공하는 강점 진단을 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강점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강점워크샵 시간이었다. 내 top 5 강점은 책임, 정리, 발상, 전략, 커뮤니케이션이었다. 이중 책임과 발상은 10여 년 전에 받아본 top 5에도 들어 있던 것이라 나를 설명하는 키워드라는 생각이 든다. 정리와 전략도 나를 잘 표현하는 재능이지만, 이번에 받아본 진단 결과에서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커뮤니케이션이었다. 그렇지. 나는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제 소통도 잘하는 사람이야라고 스스로에게 칭찬을 하며 워크샵에 들어갔다. 그런데 갤럽이 말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우리가 생각하는 소통이 아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전달하는 재능을 갤럽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정의했다. 언제, 어디서나, 주변 환경을 생각하기보다 내 생각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은 정말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다. 다른 사람들은 궁금해도 잘 이해가 안돼도 넘어가는 것을 나는 잘하지 못한다. 또 내 생각을 잘 정리해서 전달하는 것도 잘하는 편이다. 그런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가 문제이다. 나는 옳은 말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사실을 말한다면 다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과거를 돌아보면 그렇지 않았다. 내 앞에서는 내 말을 들어주고, 내 의견을 꼭 한번 물어봐주었지만, 실행은 다르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심할 때는 불편한 사실은 내가 이야기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침묵을 지키는 경우도 있었다. 누군가는 진실이 무엇인가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회사에서 나를 성장시키기도 했지만, 반대로 너무나 힘들게도 했던 일들이다. “옳은가? 필요한가? 친절한가? “ 이 말이 이제야 들리기 시작했다. 옳은가는 항상 중요했다. 옳지 않은 말이라면 해서는 안되다는 신념도 있었다. 그러나 필요한가는 조금 고민하게 만들었다. 나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그 상황에 필요한 것인가는 다른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친절한가였다. 상대방이 내 말을 잘 들어주고, 모두가 친절한 상황에서는 나도 친절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 내 말은 결코 친절하지 않았다. 내 말이 옳고, 지금 꼭 필요하다는 내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드러니 듣는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기도 했다. 내가 바로 변할 것인지는 자신이 없다. 그러나 과거보다 더 빠르게 성찰할 것은 틀림이 없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내가 할 말을 하는 것 때문이 아니라, 상대방이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싶게끔 하지 못한 것이었다. 알았으니 조금씩 변할 것이다.
“당신은 앞으로 어떤 코치가 되고 싶은가요?”
코치로서 다른 사람의 성장을 돕고 싶다. 이제까지도 다른 사람의 성장에 기여할 때 스스로에게 동기부여가 되었었는데, 이제는 코치로서 함께 하고 싶다. 다른 사람의 성장을 위해 지금까지는 물고기를 잡아다 주었다면, 이제는 함께 물고기를 잡으며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내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인 적이 많았는데, 이제는 최적의 해결책을 함께 찾고, 합의를 통해 실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 코치로서 공부를 계속하는 것도 해야겠지만, 이론에 실전이 더해질 수 있도록 기회가 닿을 때마다 코칭을 하면서 고객과 함께 나도 성장하고 싶다.
지금도 다양한 질문을 나에게 던진다. 코칭 중에 고객에게 했던 질문이 코칭을 마치면 내게 되돌아오기도 한다. 코칭을 받으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도 너무나 소중하지만, 스스로 던지는 질문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내가 코치로 그리고 한 사람의 개인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본다. 이렇게 나는 나의 첫 번째 고객이자 영원한 고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