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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가는대로 Aug 15. 2024

연중 제20주일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

살아가는 데는 다양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식물들은 물과 공기, 햇빛만 있어도 잘 자라기도 하지만, 동물들은 무언가를 먹어야만 합니다. 사람인 우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살아가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먹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아무것이나 먹는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다면 몸에 좋은 것을 골라서 먹습니다.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를 만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보디빌딩 선수들이나 몸만들기에 진심인 사람들을 운동만큼이나 먹는 것에 신경을 씁니다.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과 같은 영양소를 선택해서 섭취하기도 하고, 심지어 대회 직전에는 물조차 제한한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근육이 너무나 예민해서 작은 영양소의 변화에도 다르게 반응하는 모양입니다.


저도 몸에 좋은 것을 먹어야 한다는 것은 잘 알지만, 입에 좋은 것을 찾을 때도 참 많습니다. 그래도 탄산음료나 인스턴트 음식은 덜 먹는 편이지만, 친구들과 기름진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즐기곤 합니다. 그 순간에는 삼겹살의 기름과 소주 속의 알코올이 제 몸에 안 좋다는 생각은 떠오르지 않고, 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가 술잔을 채웁니다. 다음날 아침에 체중계에 올라가면 후회를 하지만, 또 그날 저녁에 술잔을 기울이는 제 모습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직은 몸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보다 술을 좋아하시던 분들이 갑자기 술을 끊는 경우가 있습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고, 여기저기 탈이 나면서 이제는 몸에 좋은 음식만을 먹어야 할 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신기하게도 음식을 조절하면 건강이 돌아오고, 잠시 방심하면 다시 몸이 나빠집니다. 이런 경험을 하면, 그분들은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본인을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돌아가시기 전날 밤 성체성사를 세우시면서도 내 몸을 받아먹으라고 하시며, 나를 기억하라고 하셨습니다. 한번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를 만든다는 생각에 비춰보겠습니다. 이 세상에서는 건강한 음식이 건강한 몸을 만들어줍니다. 긍정적인 생각과 적절한 운동도 꼭 필요하지만, 건강한 음식이 빠질 수는 없습니다. 하느님 나라도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알기 위해 기도하고,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만큼, 하느님 나라의 양식을 받아먹는 것도 중요합니다. 내가 무엇을 먹던지 잘 소화시키면 건강한 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건강한 사람의 교만인 것처럼 하느님 나라의 양식을 먹지 않아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합니다.


성찬의 전례 안에서 모시는 성체는 하늘에서 내려온 빵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양식입니다. 그리고, 제가 하느님을 믿는 사람임을 제게 다시 알려줍니다. 단백질을 먹으며 근육을 키우는 사람들처럼 제 마음의 근육을 키워줍니다. 김치를 자주 먹는 저를 보며 다른 나라 사람들이 저를 한국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성체를 모시는 것은 저를 신앙 밖의 사람들과 구분 지어줍니다. 영원히 산다는 것이 이 세상에서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제게 특별한 삶의 동기를 만들어주지는 않지만, 오늘도 모시는 예수님의 몸은 제가 어디에 속한 사람인지를 잊지 않게 합니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 요한 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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