쳐뤼그릴스의 생존여행기 -미국편-
그림으로 표현하기엔 굉장히 짧지만
이 당시 굉장히 무서웠다.
1분 1초가 그렇게 길게 느껴질 수 없었고,
등 뒤는 식은땀이 흐르는데,
공기는 서늘하니 뭐라 말할 수 없는 경직됨이었다.
경직된 어깨는 좀처럼 내려오질 않았고,
고개는 빳빳하니 정류장에서는 좌우를 살피고,
버스에서는 창문만 고정한 채 아픈 줄도 몰랐다.
처음 기다릴 때는 반대쪽에서 공사를 하고 있어서
암흑만이 있지 않았다.
그들이 있어 옆에 노숙자들이 2,3명 늘어나도 살짝은 안도가 되었으리라.
그러나 좀체 오지 않는 버스로 막차가 지나간건지 아닌지 초조했고,
하필 신용카드도 들고 나오지 않았던 나는 핸드폰만 부여잡으며 온갖 방법을 생각하고 있던 찰나
한줄기 빛처럼 버스가 왔고,
그때서야 얼굴에 혈액이 돌 듯 몸이 따듯해짐을 느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였지 말이다.
버스 안은 온통 노숙자 이신건지, 일끝나고 거나하게 한잔을 하고 온건지,
도통 알 수 없는 사람들 투성이었고,
괜히 시비가 털릴까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아서 창문에 비춰지는 반대쪽을 경계할 뿐.
30분 내내 왼쪽으로 돌아간 고개는 돌아올 생각을 안했다.
드디어 집 앞이었다.
온통 암흑 속에서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집 문을 열었고,
집 문을 열어주는 아르바이트하시는 분이 잠결에 나오셨다.
(이미 새벽)
한국말을 듣는 그 순간에서야
안심을 했다.
눈물이 쏟아질 줄 알았는데,
눈물은 나오지 않았고,
그저 몸이 뜨거워졌다.
대충 씻고 바로 침대에 누웠는데,
그제서야 모든 긴장이 풀린건지
배에서 부글부글 신호가 왔고,
눕자마자 바로 뛰쳐나가 한참을 설사했다.....
아찔한 하루.
하루의 기분 차가 이리도 다를 수 있었을까.
.
.
오전의 그림같던 샌디에이고,
여유부리며 느긋했던 코로나도,
그리고 등골이 서늘하도록 무서웠던 돌아오는 길까지
하루에 모두 겪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