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그대로 그곳에】
변기 뚫는 아저씨가 온 것은 그 일이 있은 지 일주일 뒤였다. 그렇다고 그것이 그대로 그곳에 방치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변기 물이 꺼억꺼억 소리를 내며 힘겹게 제 역할을 해내고는 있었으니까.
아저씨가 까만 마스크를 하고 팔꿈치까지 오는 고무장갑을 낀 채 변기를 손보고 있을 때 엄마와 나는 방에서 유튜브와 TV를 연결해서 뮤지컬 노트르담 드 빠리를 보고 있었다.
체포된 성당 종지기 콰지모도가 쇠사슬에 칭칭 감긴 채 진흙처럼 찐뜩하고 자갈처럼 거친 목소리로 “에스메랄다!!!”라면서 여인의 이름을 부르짖는 순간, 난데없이 쩌렁거리는 소리가 욕실에서 동시에 터져나왔다.
-챠모님!!!!
엄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뭔가 잘 못 들었다는 듯이. 그리고는 다시 TV로 눈을 돌렸다.
이번엔 프롤로 신부가 에스메랄다를 향해 사랑을 고백하고 있었다. 엄마는 마치 자신이 에스메랄다라도 되는 양 뮤지컬에 빠져 있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엄마의 양미간에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세로 주름 두 줄이 진하게 그어져 있었다.
프롤로 신부가여주인공 에스메랄다의 이름을 통곡하듯이 외치자마자,
-챠모님!!!!
엄마의 눈이 다시 동그래졌다. 내 귀엔
-에스메랄다챠모님!!!!
이라고 들렸다. 엄마의 양미간 세로주름이 스르륵 풀렸다.
-챠모님, 일루 와서 이것 좀 보시라니깐요.
엄마가 신경질적으로 TV리모컨의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내가 볼 것까지는 뭐 있냐는 표정을 지으며 욕실로 갔다. (계속)
**8화까지 이어지는 연재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