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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가 Jul 30. 2024

여름엔 지중해식 샐러드

핀란드에도 여름이 왔다. 맑고 긴 낮. 습하지 않고 더운 핀란드의 여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숲 속과 거리, 호수에도 사람들이 가득하다. 혹한의 날들을 지나 끝내 맞는 따사로움을 너도 나도 즐긴다. 


여름 날이 10일쯤 지났을까, 웬 걸. 다음 주부터는 기온이 곤두박질친단다. 작년에는 계속 비가 와서 여름다운 여름이 없었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만 해도 '에이 설마' 싶었는데. 정말로 핀란드의 여름은 찰나의 순간인 인가보다. 그래도 우선 즐겨야 하니까, 퇴근 후 해변으로 향하기로 했다. 내친김에 도시락을 싸 해변에서 저녁까지 먹고 오기로 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더운 날을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도시락은 무엇이 좋을까. 작년에 먹었던 그릭 샐러드가 생각났다. 지중해식 샐러드라고도 불리는 그릭 샐러드는 짭조름한 치즈와 상큼한 토마토, 수분을 가득 머금은 오이로 훌륭한 여름의 맛을 만들어낸다. 작게 잘라 숟가락으로 퍼먹어도 좋고, 구운 빵 위에 올려먹어도 정말 맛있다.


준비물은 간단하다. 토마토, 오이, 치즈, 취향에 따라 올리브나 허브를 곁들여도 좋다.

드레싱은 더 간단하다. 올리브유, 레몬즙, 소금, 후추가 끝이다.


보통은 페타치즈를 사용하지만 샐러드 치즈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너무 짠맛이 싫다면 부라타 치즈나 모차렐라 치즈를 사용해도 괜찮다. 토마토, 오이, 치즈를 대략 1:1:1의 비율로 준비한다. 방울토마토 반 개 크기를 기준으로 오이와 치즈를 큐브로 잘라 큰 그릇에 모두 넣은 후 올리브유 두 바퀴, 소금 한두 꼬집, 레몬즙 1큰술, 후추를 적당히 뿌려주면 완성이다. 레몬즙이 없다면 레몬주스나 식초로 대신해도 괜찮다. 하지만 생레몬즙이 들어갔을 때 샐러드 풍미는 비교할 수 없다. 오레가노나 딜을 넣으면 좀 더 그릭스타일의 샐러드를 만들 수 있다.


점심을 먹으면서 후다닥 샐러드를 만들어 둔 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빵도 사고, 샐러드도 챙겨서 해변에서 수영하고 맥주와 함께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상상도 잠시. 운전 법규의 나라 핀란드에서 운전자는 맥주를 마실 수 없었다. 


- 너는 마셔. 난 다녀와서 마셔도 돼. 아니면 논알코올 마셔도 되고


- 진짜 괜찮아? 너 맥주 없이 이거 먹을 수 있어? 아니면 물놀이하고 와서 먹어도 돼.


- 음 그러면 놀다 와서 마음 편하게 먹고 싶어.


피크닉의 즐거움은 사라졌지만 여름의 맛은 남아있다. 내친김에 돌아와서 야매 기로스까지 해 먹자며 저녁메뉴를 늘렸다. 역시... 샐러드로는 조금 모자랐다. 마음껏 호숫물과 햇빛을 즐기고 돌아와 샤워까지 뽀송하게 한 후 저녁을 먹었다. 이 여름이 조금만 더 지속되기를 바라며. 짭조름한 여름의 맛을 조금 더 즐길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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