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한글학교 1강- 'ㅇ' 배우기와 깻잎 놀이
첫 번째 캐나다 한글학교 수업 시작
한글학교는 매주 토요일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 동안 수업을 한다. 교실에 먼저 도착한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이 올 때까지 그날 주제에 맞는 색칠 공부를 한다.
그리고 사전조사로 알아놓은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넣어 칭찬판을 만들어주고, 매주 한글학교 등교 선물로 도장까지 꾸욱 찍어준다. 이 칭찬판을 다 채우기 위해 아파도 오는 기특한 아이들이 있다.
첫 번째 시간은 한글공부
아이들의 눈빛이 살아있는 첫 시간! 이때 바짝 한글공부를 해야 한다. 한글공부의 시작은 ‘ㅇ’ 배우기로 시작한다. ‘ㅇ’과 모음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 중에서도 오른쪽에 획이 있는 '아야어여이'를 먼저 배운다.
슬슬 글씨 연습하는 아이들 팔에 힘이 빠진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뭐? 스티커!
한글 쓰기가 끝난 아이들에겐 스티커 선물을 딱!
열심히 한글 공부를 마친 아이들은 각자 싸 온 간식도 먹기 시작한다. 공부하면 배고프니까.
(토요일 아침에 간식 싸는 어머니들, 얼마나 힘드십니까? 존경합니다.)
두 번째 시간은 율동시간.
낯선 한글을 꾹꾹 눌러쓰느라 움츠려든 몸을 탈탈 털고 신나게 노는 시간이다. 이왕이면 아이들 몸으로 오늘 배운 글자도 직접 만들어보고, '아'가 들어간 '아이스크림 동요'에 맞춰 신명 나게 춤도 춘다.
세 번째 시간은 한국 문화 시간.
캐나다에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경험하면 좋을게 뭐가 있을까? 고민 끝에 캐나다 한인 농장에서 직접 따온 향긋한 깻잎을 준비했다.
(제가 직접 준비한 재료입니다. 셀프 감동.)
캐나다 월마트에도 슈퍼스토어에도 코스트코에도 깻잎은 팔지 않는다. 깻잎은 캐나다 사람들이 먹지 않는 채소 중에 하나이다. 그래서 깻잎을 먹으려면 한인마트에서 매우 비싸게 사거나 (깻잎 10장 남짓에 4000~5000원 정도) 맘 굳게 먹고 멀리 한인농장에 찾아가서 사야 한다. 좀 더 싸게 사려면 한인농장에서 땡볕에 직접 깻잎을 따면 더 저렴한 가격에 살 수도 있다. 지난 주말 땡볕에서 직접 따온 귀한 금(!) 깻잎을 한글학교 아이들에게 찢어도 보고 냄새도 맡아보라 한다. 톡쏘는 깻잎향이 좋다고 코를 파묻는 아이도 있고, 어색하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아이도 있다.
알레르기가 있을 수도 있으니 먹어보지는 않고 깻잎 나무를 만들어본다. 향긋한 깻잎나무 냄새도 맡고 집에 가져가 전시도 하기로 했다.
마무리로 직접 글자 만들기와 전래동화
수업 마무리로 오늘 배운 'ㅇ'을 잊지 않기 위해 'ㅇ'모양의 사탕 팔찌도 만들어보고, (사탕은 한국 사탕으로! 한인마트에서 비싸게 사비로 샀는데 한글학교의 많은 선생님들께서 매주 이렇게 사비로 아이들에게 동기부여할 간식들을 사 오시더라고요.) 친구들과 누가 더 예쁘게 만들었나 이렇게 팔찌 비교도 해본다.
사탕팔찌 만들기로 신이 난 아이들을 차분하게 만드는 전래동화 시간에는 <호랑이와 곶감> 속에 나오는 '아기' '응애응애' '어흥' 글자처럼 ‘ㅇ’이 나오는 글자를 아이들이 직접 찾아보게 한다. 똑똑한 아이들은 금세 ‘ㅇ’을 배워서 ‘저요, 저요!’ 손을 들어 맞춰보려 애쓴다. (차분하게 마무리하려 했지만 다시 글자 찾기에 신이 난 아이들 ^^;)
첫 한글수업 끝!
아직은 '선생님~,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인사도 어려운 아이들과 즐거운 첫 수업이 끝났다. 아이들에게 깻잎향처럼 향긋하고 특별한 첫 한글 수업 날로 기억되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