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멍하게 앉아 있다 화장실로 향했다.
뒤따라 들어오신 선생님 한분이 "선생님, 오늘 방송 이 안되어서 고생이 많으셨겠어요." 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주셨는데, 금방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펑펑 났다.
그 죽일놈의 방송!!!
방송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나!!!
한 번도 매끄럽게 되지 못하고 늘 방송사고가 나니 이제는 무력감이 든다.
방송 지도 교사로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동료 선생님들은 내 탓이 아니라고 고생했다 하시지만 뭘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을 모르겠어서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얼마전 줌 연수에서 방송부를 담당하고 계신 선생님이 멋진 기획으로 보이는 라디오도 하시던데, 나는 보이는 라디오는 커녕 학교 행사도 매끄럽게 못하고 있다.
학교 일은 늘 변수가 많다.
예측하지 못한 일, 내 능력 밖의 일을 만날 때마다 꾹꾹 해내고는 있지만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일들 속에서 늘 마음다스리는 게 어렵다.
요즘 특히 어려운건 말하기이다.
어떻게 해야 상대방이 기분이 나쁘지않게 내 의도를 전달할 수 있을까??
상대방 기분이야 어떻든간에 독설을 던지며 기죽이는 사람도 있는데, 왜 나는 상대방의 기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지 모르겠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걸까?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걸까?
이 무력감과 자괴감의 원인이 뭔지 알고 싶다.
"애쓰지 마세요"
"그렇게 열심히 안해도 됩니다"
"선생님 뜻대로 하려고 하지 말고 내려놓으세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저도 그러고 싶은데 그게 안되는 건 왜일까요?"
수업도 잘하고 싶고,
업무도 잘하고 싶고,
아이들과도 잘 지내고 싶은 제가 욕심쟁이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