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전제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세상
지구에는 80억 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 이는 곧 80억 개의 서로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같은 도시, 같은 시대를 살아가도 우리가 인식하고 경험하는 세상은 완전히 다르다. 기준은 늘 상대적이라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나의 하루가,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에게는 평생 꿈꿔온 기적일 수 있다. 비교의 축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충분함’은 한순간에 ‘부족함’으로, ‘불행’은 순식간에 ‘다행’으로 뒤집힌다.
삶은 절대적인 사실보다 '해석'의 영역에 가깝다. 남들과 비교하며 "나는 전용 헬기도 없고 기사도 없으니 불행해"라고 믿으면, 정말로 초라한 세상에 살게 된다. 반면, 아무리 척박한 환경이라도 그 안에서 감사를 찾아내면 풍요로운 세상이 열린다. 결국 내 인생의 장르를 결정하는 건, 팩트가 아니라 내가 세운 전제(Premise)다.
상담을 하다 보면 처음엔 "내 생각이 맞다"고 믿었던 전제들이 계속해서 수정되는 경험을 한다.
예시 1) 처음엔 내 안의 'Self'가 무가치함, 수치심 같은 부정적인 것들로 가득 차 있어 억눌러야만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것을 감추고 포장하는 것만이 성숙이라 믿었다. 하지만 내 본성은 호기심(Curiosity), 평온함(Calm), 자신감(Confidence) 등 빛나는 8가지 속성(8C)으로 가득 차 있다. 다만 다른 부정적인 영역들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다시 Self가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시 2) 내 안의 상처와 쓴뿌리를 개인의 문제로 보면, 마치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을 내가 부족해서 못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상태로 계속 살다가는 평생 누구도 쉽게 풀지 못하는 문제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자책만 하고 끝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수천 년 이어져 온 역사의 상처가 내 삶에 응축되어 있으므로, 그 거대한 흐름을 끊어낸다고 생각하면 다른 마음가짐으로 접근하게 된다.
전제가 바뀌면 마음에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무거웠던 죄책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희망이 차오른다. 애쓰고 고군분투하던 방식이 아닌, 훨씬 가볍고 수월한 방식으로 삶이 풀리기 시작한다.
내 인생 그래프를 그리고 설명하는 시간이 있었다. 상담 선생님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씀하셨다. "이런 환경에서 이만큼이나 해냈다니… 듣는데 눈물이 나네요."
그동안 나는 습관처럼 '왜 이것밖에 못했나'라는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었다. 선생님은 단호하게, 오늘부터는 그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이렇게 반격하라고 하셨다.
"나니까 했지"
나니까 이런 환경을 뚫고 여기까지 온 거라고, 나니까 그런 삶을 살고도 이렇게 밝을 수 있는 거라고, 그건 정말 대단한 일인 거라고.
이 짧은 문장의 힘은 강력했다. 일종의 '셀프 가스라이팅'일지 모르지만, 이 주문을 외울 때마다 자책이 줄어들고, 쪼그라들었던 자신감이 펴지고, 세상이 조금 더 너그럽고 따뜻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신앙도, 육아도 원리는 같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라는 말처럼, 내가 믿기로 '선택'하는 순간부터 세상은 그 믿음을 증명하는 증거들로 채워진다. 믿음의 사이클에 들어서면, 내가 믿는 것과 배치되는 정보는 자연스럽게 흐려지고 잘 인식 되지도 않는 반면, 내 믿음을 강화하는 사건들은 크게 다가온다. 결국 믿음이 현실을 창조하는 것이다.
육아도 결국 아이에게 '좋은 가스라이팅'을 해주는 과정이다. 지금은 서툴러도 "너는 지혜롭고, 여유롭고, 멋진 사람이야"라고 끊임없이 말해주면, 아이는 그 말을 내면화하여 정말 그런 사람으로 자라난다. 부모의 믿음이라는 거울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든다. 좋은 부모를 만나고 건강한 가정에서 자란다는 것은, 이런 긍정적 가스라이팅을 끊임없이 당한다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기꺼이 나를 가스라이팅 하기로 했다. 세상이 뭐라 하든, 내 안의 목소리가 나를 비난하려 하든, 나는 나를 살리는 쪽으로 기억을 조작하고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나는 내가 믿는 대로 될 것이고, 내 삶은 내가 말하는 대로 흐를 것이다. 나의 아이들과, 나의 세상 또한 그렇게 아름답게 변화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