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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M Oct 16. 2021

부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결혼을 하면,

‘부부’가 된다.



다른 두 사람.

배우자와 나는,

엄연히 다른 사람이다.



그런데 어떤 이는,

결혼 시작과 동시에

상대방이 내 편(또는 내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상대방이 나를 다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심지어는 상대방이 나를

다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결혼은 단지 시작점이다.



상대방이 내 편이 ‘되어가는’ 것이고,

상대방이 나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결혼 초반부터

내 편이 되지 않는다고 서운해 하고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섭섭해 한다.



-



부부는 절대적으로 ‘협력관계’,

그러니까,

‘직장동료’와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뭐, 부수적으로 사랑이나 정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기본적으로는 ‘협력’이 중점이 되어야 한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부터가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인데,



늘,

정반합.

내가 어떠한 의견을 내면,

보통 상대방은 그 의견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다.



그런데 가끔 어떤 사람들은

이 과정을 싸움으로 받아들이고

심지어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받아들인다.

넌 왜 꼭 내 말에 반대만 하느냐고 한다.



물론 실제로 그랬을 수도 있으나

그랬다고 하면

이미 관계가 망가진 상태에서의 일이다.



나는 그 어떤 안 좋은 감정도 쌓여 있지 않은

깨끗한 상태의 관계를 전제로 이야기 하는 것이다.



어쨌든

상대방이 마냥 내 의견에 따라주길 바란다.



그것은 말 그대로 ‘바람’일 뿐이다.



상대방이 내 의견에 반하는

다른 의견을 낼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의견과 의견이 만나

토론의 과정이 벌어지고

-그러므로 토론의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그 토론 끝에 ‘합’이 나오는 것이다.



만약 예민하게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사소한 말다툼이 잦게 일어날 것이고,

말다툼을 하다보면 토론 주제에 맞지 않는,

과거에 약속을 어겼다든지,

가구를 A로 사자고 했는데 B로 샀었다든지,

침대를 동향으로 놓자고 했는데

남향으로 놨다든지 하는

어처구니 없는 감정싸움으로

토론이 마무리 되어버린다.



결국 승자는

‘기억력 좋은 사람’ 또는 ‘말발이 좋은 사람’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사소한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이게 되면,

알다시피 이 감정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아주 작은 일들도

싸움으로 번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



결혼해서 살다보면

여러 가지 가치관이 부딪히게 되고

삶이 부딪히는

거대한 프로젝트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건 나 혼자 살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까 부딪히는게 싫어서

결혼을 안 한다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



어쨌든 그렇게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싸움이 아닌 토론으로

프로젝트를 하나, 하나, 해결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 사람은 내 사람이 ‘되어 있고’,

내 편이 ‘되어 있는’ 것이다.



-



간혹 보면,

남자가 기를 잡아야 한다,

여자가 기를 잡아야 한다,

이런 식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는 이런 말들이 굉장히 불편하다.



절대로

갑과 을의 관계를 형성하지 말길 바란다.



인간관계에서 내가 ‘갑’이 된다는 것은,

자존감 낮은 이의 알량한 신경전에 불과하지,

진정한 승자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승자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수렴’하고,

‘포용’하는 사람이다.



또한 내가 위치적으로 높아지려고 하면,

나의 동반자는 위치적으로 나보다 낮아질텐데,

나의 동반자는 그 낮아질 위치에

순순히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반대로,

당신은 순순히 동의할 의향이 있는가?



뭐 물론,

당장은 수긍할지는 몰라도

분명 가슴에 하나, 둘

응어리가 생기기 시작할 것이다.



내가 주도권을 잡으려고 들기 시작하면,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늘,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며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이 아주 평온하지는 않다.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고

단어 하나, 하나에 집중해야 하며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기분도 파악해야 한다.



절대로

‘내가 왜 눈치를 봐야해?’

라는 유치찬란한 질문은 던지지 말자.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맞추어 가는 과정이니까.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합주를 본 적이 있는가.

서로 눈빛을 나누며

상대방을 의식하고

굉장히 예민한 상태에서 서로를 느끼고 있음을.



부부란,

그런 관계이다.



가정이라는 직장 안에서

주어진 프로젝트를 잘 수행하는

진정한 동료가 되기 위해서는



치졸한 감정 싸움이나,

무의미한 기싸움은,

가급적 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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