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입학식
이제 작은 놈도 초등 1학년이 되었다.
작은 놈이 입학 할 날만을 그렇게 손꼽아 기다렸었는데
막상 당일이 되니 별 감흥은 없었다.
내 아이들이 이제 모두 “학생”이 되었다는 기쁨만 좀 있었을 뿐이다.
큰 놈 때는 코로나 때문에 입학식은커녕 5월까지 학교 정문 구경도 못 했는데,
그래도 지금은 교실에서 학생들만 앉혀놓고 입학식은 한다고 했다.
그거라도 감사했다.
그 와중에 정상적인 입학식을 기대하고 온 학부모들도 있고,
나처럼 그냥 포기하고 온 학부모들도 있었다.
이 쪽이나 저 쪽이나
둘 다 짠했다.
난 오전에 집에서 딱히 하는 게 없어서
큰 놈 픽업을 작년,
그 애 2학년 때까지 다녔었는데,
올해 끝나나 싶었는데 다시 시작이었다.
그래도 예전에는 교문까지 바래다 줬다면
지금은 좀 멀찍이서 헤어진다.
확실히 둘째부터는 부모가 좀 나태해진다.
그런데 함께 등하교 하면서 참 웃긴 게,
우리집 작은 놈은 ‘학생’이라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지
등교 때든 하교 때든 내가 가방을 들어주려 하면,
꼭 지가 들어야 한다며
앞가슴에 가방끈 흘러내리지 말라고 달려있는 플라스틱 버클까지 꼭 채우고선
종종걸음으로 앞서나간다.
그 씰룩거리는 엉덩이를 보면
그 엉덩이에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어서
참 웃기다.
대견한건지 뿌듯한건지
아무튼
제 엄마만 웃긴 그런 게 있다.